영국의 항모(航母) 퀸 엘리자베스호와 다섯 척의 전함으로 구성된 전단(戰團)이 지난 29일 남중국해로 진입한 가운데, 30일 중국의 영문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영국을 “매 맞기를 애걸하는 창녀(bitch)”로 묘사했다.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영국 함대는 남중국해를 통과해 도쿄로 향한다.
남중국해는 매년 5조 달러(약 5760조 원) 규모의 무역량이 오가는 바다다. 그러나 중국은 이 곳의 스프래틀리 군도(群島)와 파라셀 군도 등 인접국 간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섬들을 일방적으로 점령해 레이더와 장거리 폭격기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군사기지화하고 12해리(海里) 영해를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편입한 것이다. 이 탓에, 2015년부터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이 지역에 전함을 보내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항해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 전함들이 남중국해 중국 섬들의 12해리 영해를 되풀이해 침범해도 중국은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그러한 도발을 계속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같은 자제는 미 동맹국들이 워싱턴의 위험한 행동을 흉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정확히 말하자면, 만약 영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협박하는 역(役)을 하고 싶다면, 창녀가 되겠다는 것이고, 그런 구체적인 행동[12해리 침범]을 한다면, 매 맞기를 간애걸하는 것(asking for a beating)”이라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이후 영국 언론들이 영국을 ‘창녀’로 비유한 이 사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이후 표현을 대폭 완화했다. 즉, “영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남중국해에 군사적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면 이는 이 지역의 현상유지를 깨는 것이지만, 영국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며 “영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을 협박하는 역을 하고 싶다면,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demeaning itself)이고, 중국에 대해 진짜 구체적인 행동이 있다면,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바꿨다.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6일에도 “영국이 아직도 식민지배 시대를 살고 있다”며 “중국 속담에 상대를 혼내주고 싶으면, 그의 큰형의 체면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지만, 중국은 정반대로 워싱턴의 개처럼 행동하며 베이징을 도발하는 런던을 혼내겠다는 것은 미국[큰형]에게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20일에도 “중국은 공해에서 우리를 겁줘 쫓아낼 수 없으며, 영국은 이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를 확실하게 할 의무(duty)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