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장쑤성 우시의 송전선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랴오닝성 등 중국 10여개 지방에서 전력난이 발생한 가운데 갑작스런 단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예고 없는 정전으로 환풍 설비가 멈추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0여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되기도 했다. 언제 전기가 끊어지고 얼마나 정전되고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는 3무(無) 상황에 양초 주문이 10배 이상 증가하고, 기업들은 전력난에 대비해 석유 발전기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24일 갑작스런 정전으로 랴오닝성 랴오양의 철강 가공업체의 설비가 멈추면서 직원 23명이 유독 가스에 노출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 둔화에도 지난 26일 일가족 4명이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50분 가까이 갇히기도 했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근 정전 사태로 시민들이 양초 사재기에 나서면서 저장성의 한 양초 생산공장은 최근 일주일간 주문량이 10배로 늘었다. 한 시민은 이 신문에 “수퍼마켓에는 이미 양초가 동이 나서 인터넷으로 사야했다”고 말했다. 석유 발전기를 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제한 송전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9월 이후 산둥성에 있는 경유 발전기 회사들에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전력난 원인: 석탄 바람 물 부족, “탄소 중립” 주장에 산업용 전기 공급 통제 예년보다 강화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 이번 전력 마비 사태의 원인을 크게 3가지로 꼽고 있다. 발전용 석탄 가격이 연초 대비 50% 상승하면서 일부 화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된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석탄 화력 발전은 2020년 기준 중국 전력 생산의 49%를 담당했다. 석탄 재고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발전 원가가 판매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자 화력 발전소들이 생산 확대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원인은 중국 정부가 에너지 과소비 산업에 대해 전력 공급 제한을 실시한 영향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기엔 철강, 시멘트 등 전기를 많이 쓰는 회사들에 대한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이런 조치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지방정부들이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충분한 사전 예고나 구체적 계획이 전달되지 않은 채 전력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셋째 중국 당국이 대거 확충한 수력, 풍력 등 친환경 전력 공급원 문제다. 랴오닝성의 갑작스런 전력 공급 중단 사태는 바람의 영향으로 풍력 발전량이 갑자기 크게 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윈난, 쓰촨 등 남서부에 수력 발전소를 건설해 이 전기를 광둥 등 해안 경제 중심지에 전력을 공급해왔는데 올해는 강수량이 적어 발전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지방 정부가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만 할 뿐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자 인터넷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부가 큰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이 과잉 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전기 스위치를 내렸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CCTV방송 인터넷판은 “이번 정전 사태에 그런 큰 게임은 없다”며 “가짜 뉴스를 믿어선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