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경절(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일) 연휴 기간, 하루 30대가 넘는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잇따라 침범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지난해 9월 대만이 중국군의 ADIZ 침범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ADIZ는 외국 군용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주권이 미치는 영공(領空)은 아니지만 외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들어올 경우 군사 도발로 간주한다.
3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2일 낮과 밤 두 차례 걸쳐 중국군 군용기 총 39대가 대만 서남부 ADIZ를 침입했다. 낮에는 중국군 주력인 젠(殲·J)-16 전투기 14대를 비롯해 수호이(SU)-30 전투기 4대, 윈(運·Y)-8 대잠수함 초계기 2대 등 총 20대, 밤에는 J-16 12대와 SU-6대, 쿵징(空警·KJ)-500 조기 경보기 1대 등 19대가 대만 ADIZ 안으로 날아들었다. 전날에도 중국군 전투기, 정찰기, 폭격기 등 38대가 주야간 두 차례에 나눠 대만 서남부 ADIZ를 침입했다. 이전까지는 지난 6월 15일 총 28대의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ADIZ에 들어온 것이 최대 규모였다.
연휴 기간 이뤄진 중국의 대규모 도발에 대해 대만 중앙통신사는 “미국과 대만의 연합 작전 능력에 대응하고 주야간 출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옌팅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이 매체 인터뷰에서 미·영 군함의 대만해협 항해 등으로 중국에 대한 외부 압박이 커진 상황을 들며 “대만을 상대로 강한 메시지를 보내 중국 국내 애국주의 여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 슈샤오황 연구원은 미국·영국·호주가 중국을 겨냥한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만든 것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제중 연구위원은 “중국군의 이번 비행은 장거리 공격 형태로, (대만군이 아닌) 미군 함대, 미군 장거리폭격기를 공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국경절 연휴에 이뤄지긴 했지만 통상적인 훈련”이라면서 “향상된 전투 준비 태세와 대만에 대한 중국군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군의 도발이 이런 정치적 메시지 이외에 대만 ADIZ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분석한다. 상대가 즉각 반격하기 애매한 저강도 도발을 반복하고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대만 주변 하늘을 자신의 영역으로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중국군은 지난달 총 30일 중 27일간 대만 ADIZ를 침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