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9월28일~10월3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열린 ‘에어쇼 차이나(Airshow China)’에서 중국의 첨단 군사 기술이 탑재된 전투기들이 선을 보였다. 적 전투기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는 전자전기(機)인 J-16D와 유인(有人) 전투기를 보호하는 무장 정찰 드론 FH-97 컨셉트(concept)기,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 미국의 최첨단 전자전 전투기인 EA-18G ‘그라울러’, ‘로열 윙맨’,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F-35 통합기에 대항하는 병기들이다. 이밖에 고(高)고도 무인정찰기인 WZ-7도 전시됐다.

중국이 개발한 고고도 정찰 드론인 WZ-7이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에어쇼 차이나 2021'에 전시돼 있다./신화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의 F-35에 맞서 개발한 J-20를 2017년부터 실전 배치했다. 또 2008년 배치한 J-10의 최신 업그레이드판인 J-10C 전투기는 미국의 F-16, 러시아의 SU-27, 프랑스의 미라쥬 2000과 비교해도 모든 면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집체인 첨단 전투기는 한 대 가격만도 1억 달러를 넘어 사실 전 세계 무기 시장의 핵(核)이다.

중국이 미국의 F-35 통합기에 맞서 개발하고 2017년부터 실전 배치한 J-20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지난달 29일 '에어쇼 차이나 2021'에서 공중 곡예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그러나 전투기 시장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2000~2020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중국은 72억 달러어치의 전투기를 팔았다. 1위인 미국은 996억 달러, 2위인 러시아가 615억 달러였고, 중국은 한참 처진 5위였다. 현실에서 중국 전투기는 비(非)인기 종목인 것이다. 중국은 차세대 스텔스기로서 항모 함재기로 알려진 FC-31도 2012년 첫 비행에 성공했지만, 이 전투기든 F-35의 대항마인 J-20이든 국제사회에서 구매 소문은 없다.

그나마 중국의 전투기 수출국은 2000년이나 2020년이나 파키스탄‧방글라데시‧미얀마‧북한과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로 국한돼 있다. 물론 ‘낡은’ 전투기들이다. 또 전체 중국산 무기의 60% 이상이 북한을 제외한 아시아 3국에 쏠려 있다. 중국은 J-10기의 경우 파키스탄과 이란 등에 팔려고 계속 협상했지만, 아직 구매가 확정됐다는 발표는 없었다. 파키스탄의 경제력으로는 J-10을 사기도 힘들다. 파키스탄은 미그 21의 중국 개량판인 JF-17기에 만족한다.

첨단 군사기술과 무기를 갖췄는데도 왜 안 팔리는 것일까. 국제정치 전문저널인 포린폴리시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의 ‘호전적인’ 외교정책을 꼽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친중(親中) 노선을 밟는 필리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잘 구슬려 미 해군 전함들의 필리핀 항구 정박을 막고 중국 전투기 몇 대만 팔아도 앞으로 무기 수출 확대를 위한 우호적인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을텐데,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들은 중국 전함에 계속 시달린다. 결국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5월 “꺼지라”는 욕설과 함께 “중국은 친구가 되려는 멋진 친구에게 관심을 강요하는 멍청이 같다”는 트윗을 썼다. 결국 필리핀이 선택한 전투기는 미국의 전투기 체계에 속하는 한국의 다목적전투기 FA-50이었다.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어느 국가도 중국 전투기를 원치 않는다.

또 전투기 구입은 양국간 호의(好意)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유사시 전투기 공급국가와 동맹 및 전략적 관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급국과 연합 작전은 물론, 전투기 간 통신과 신속한 부품‧장착무기 공급이 신속해야 하고 전투기 업그레이드가 수월해야 한다. 즉, 전투기 판매국이 ‘전략적 파트너’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 중국은 아시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영토적 욕심을 드러내기 때문에, 주변국들이 중국 전투기를 살 이유가 없다. 그나마 낡은 중국산 전투기를 사는 일부 국가들도 최첨단 전투기를 살 경제력은 없다.

주요 국가의 무기 수출 현황: 중국, 유럽, 러시아, 미국, 그 외

한편, SIPRI가 집계한 2016년~2020년 기간에 전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5.2%로 이전 5년간에 비해 오히려 비중이 줄었다. 미국은 2011~2015년에 비해 15% 포인트 증가해 전 세계 무기 수출의 37%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20%였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위협론을 강조하면서, 미‧중 긴장 속에서 중국 주변국들이 더 많은 미국 무기를 사들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