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4일까지 나흘간 149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내 타이완의 방공(防空)식별구역(ADIZ) 남서쪽 코너를 휘저었다. 중국이 사상 최대의 무력시위를 벌일 때마다 타이완 공군과 방공망 체계는 바짝 긴장해야 했다. 중국은 하루에만 56대의 전투기를 보내며, 타이완은 물론 미국에 더욱 긴장된 양안(兩岸) 관계가 ‘뉴 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2021년 9월 29일 주하이에서 열린 제13회 중국 국제 항공 및 항공 우주 전시회(Airshow China 2021)에서 중국군의 J10C 전투기와 JH-7A2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다./AP 연합뉴스

중국은 전투기‧전함‧탱크‧각종 미사일의 숫자로 보나, 첨단 군사 기술력으로 보나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다. 그러나 중국군에겐 ‘치명적으로’ 결여된 요소가 있다. 바로 ‘실전(實戰) 경험’이다. 1978년 2~3월 베트남과 약 4주간 전쟁한 것이 가장 최근의 실전 경험이다. 당시 중국은 베트남을 침공했지만, 큰 손실(전사자 7000~1만 명 추정)을 입고 패퇴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중국군은 천양지차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PLA) 내부에선 계속 “중국군은 긴박하게 전개되는 전장(戰場)에서 첨단 무기들을 효율적으로 다루며 육해공 합동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군사‧안보 전문가들도 중국군의 이 ‘실전 경험 결여’가 갖는 의미를 놓고 계속 토의한다.

◇시진핑도 인지한 ‘전투 지휘 경험 부족’ 극복 문제

미 해군전쟁대학(US Naval War College)의 교수인 라일리 골드스틴은 지난 4월 미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중국군의 경험 부족은 급속한 군 현대화 작업에서 ‘큰 구멍’이며, 이는 군사 퍼레이드의 번쩍거리는 신무기들로 쉽게 메워질 성격이 아니다”고 밝혔다.

심지어 2035년까지 군 현대화를 마무리 짓고, 2049년엔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이 되겠다고 밝힌 시진핑 주석도 전투 경험 부족이라는 이 소프트웨어적 ‘5가지 문제(五个不会‧Five Incapables)가 던지는 심각성을 알고 있다. 즉, 장교나 지휘관들이 전장에서 주체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상급 지휘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작전 결정을 내리고, 병력을 배치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의 전개에 잘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5가지 문제’는 중국군 일간지인 ‘해방군보’에서 2015년 이후 가장 많이 언급되는 군개혁 관련 용어다.

미 해병대 정보장교인 스티브 색스도 지난 4월 20일 월간지 ‘더 디플로매트’에 “미국에서 중국 군사력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사람들은 균형적인 시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사일과 첨단 무기 플랫폼과 같은 ‘군 현대화’에서 큰 성과를 보였지만, 중국군 지휘 구조의 재편성, 실전과 유사한 합동 훈련 강화 등의 ‘군 개혁’에선 약점을 드러내 그런 첨단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중국 장군 중에서 전쟁 경험자는 딱 한 명

현재 중국군에서 베트남 전쟁 경험이 있는 장군은 중국 중앙군사위 합동참모부장인 리쭤청(68)이 유일하다. 작년 미국 대선 이후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으로부터 “중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장군이다.

중국군 장성 중에서 45년전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유일한 장군인 리쭤청 중국 중앙군사위 합동참모부장(합참의장)/중국 국방부

미군이 장군에서 사병에 이르기까지 전투‧지휘 경험자가 수도 없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중앙군사위에는 이밖에 타이완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에 분노해 1995~1996년 중국이 타이완 해협으로 다량의 미사일을 날려보낸 ‘타이완 해협 위기’를 겪은 장군이 3명 있다. 2015년 미 전략문제 싱크탱크인 ‘랜드 코퍼레이션’은 중국은 계량적인 군사력을 넘어 지휘 구조‧충원‧훈련과정‧교육‧민군(民軍) 관계 등의 ‘인적 자원’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아직은 “벌거숭이 황제”라고 결론지었다.

◇지난 20년간 10개 전쟁 벌인 미국…러시아도 체첸 침공, 시리아 내전 참여로 실전 쌓아

미국은 2001년 걸프 전쟁 이후, 비록 기술적으로는 ‘약체’이지만 10여 나라에서 전투를 하며 여러 첨단 장비를 긴박한 전장에서 효율적으로 적용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또 이를 계속 테스트해 보다 실용적인 경험으로 발전시켰다. 랜드 코퍼레이션의 티머시 히스는 “항공모함만 해도 미국은 80여 년 간 운영하면서 각종 전술, 전략 개념을 발달시켰지만 이제 막 시작한 중국에는 ‘원칙’이나 별도의 전단(戰團)도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러시아도 2000년 체첸 침공, 2011년 시리아 내전 개입 등에서 계속 전쟁 경험을 쌓았다.

◇중국군 강경파 “실전 경험 부족을 주요 이슈로 삼지 말라”

최근 중국 해군 신문인 ‘인민 해군’에서 “실전 경험 부족을 주요 이슈로 삼지 말라’는 한 강경파 장교의 글이 실렸다. 그는 “군 현대화에서 전투경험 부족을 부각하는 시각은 비과학적이고, 자신감을 낮춘다”며 1981~1988년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실전 경험을 갖춘 이라크군이 미군에 1991년 무참하게 패한 것과, 식민지 전투 경험이 많은 영국이 1차 대전 때 독일군에 계속 패한 것을 예로 들었다. 즉, “미국의 탁월한 이론적 연구‧신속한 혁신‧첨단 무기장비‧효율적인 지휘 체계‧긴장감 등이 미국 승리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미국이 이긴 전쟁은 모두 군사력이나 기술력에서 비교가 될 수 없는 ‘비대칭적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야망은 아직은 ‘앞마당’ 확대

물론 중국은 당장 미국처럼 전 세계로 국방력을 투사(投射)할 계획은 없다. 남중국해와 중국 주변국에서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국지적 관점에서 중국의 ‘전투력 결여’라는 소프트웨어적 한계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미-중이 실제로 싸운다면, 이는 어느쪽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고강도의 충돌이 될 것이다.

2020년 5월 중국-인도의 히말라야 국경에서 양국 군대가 패싸움을 벌였을 때에, 중국군이 휘두른 못이 달린 파이프들. /인디아TV뉴스

하지만 작년 5월 인도군과 중국군이 히말리아 국경에서 못을 박은 몽둥이와 파이프, 돌팔매질이 동원된 패싸움을 벌였을 때에는 인도군 20명, 중국군 43명이 숨졌다. 중국은 이후 인도와의 국경에 J-20 5세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와 탱크 수송이 가능한 Y-20 수송기, 첨단 탱크들을 대량 배치했지만, 이들 첨단 무기를 앞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