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이 공안(경찰) 부문에 대한 발본색원 수준의 사정에 나섰다. 특히 차기 공안 분야를 이끌 50대 고위 간부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 지방의 경우 퇴임한 지 6년이 지난 간부까지 잡아들이고 있다.
중국 최고검찰원은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쑨리쥔(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작된 국가감찰위원회의 조사가 끝나 검찰 기소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쑨은 2018년 당시 49세로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임명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코로나로 봉쇄된 후베이성 우한에 대응팀으로 간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고 4월 국가감찰위의 조사 소식이 전해졌다. 올 10월 1일 쌍개(당직·공직 박탈)을 받았다.
베이징청년보 소셜미미디어 ‘정지견(政知見)’는 “쑨리쥔 낙마에서 쌍개 처분까지 17개월이나 걸렸다”며 “(시진핑 2기 이후) 낙마한 최소 5명의 경호(警虎·경찰 고위 간부) 가운데 조사에 1년 이상 걸린 것은 쑨리쥔 뿐”이라고 했다. 쑨리쥔 관련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중국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쑨리쥔 낙마 당시 국가감찰위가 발표한 700여자의 ‘죄목’에는 “정치적 야망이 극도로 팽배하고…정치적 헛소문을 퍼뜨리고 양봉음위(陽奉陰違)했다”며 “각종 수단을 이용해 당내 패거리를 만들고, 개인 세력과 이익집단을 구축해 주요 기관과 부문을 통제했다”고 했다. 매관매직, 측근 심기 등도 언급했다.
앞서 낙마한 덩후이린(鄧恢林·56) 전 충칭시 공안국장, 궁다오안(龔道安·57) 전 상하이시 공안국장, 류신윈(劉新雲·59) 전 산시(山西)성 공안청장 역시 “당내 패거리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덩후이린은 한국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해당하는 중앙정법위원회 판공실 주임(2015~2017년)을 맡았던 인물이다. 궁다오안는 통신 도·감청을 담당하는 공안부 12국장(2012~2017년) 출신이고, 류신윈은 공안국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 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2014~2018년)을 지냈다. 이들은 시진핑 1기 후반에 요직을 차지하고 중국에서 가장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최근 국가감찰위 조사를 받는 푸정화(傅政華·66) 전 사법부장도 시진핑 1기에서 공안부 부부장을 지내며 고위층 사정에 관여했다.
공안부는 지난 10월 1일 회의에서 쑨리쥔을 “악성종양”이라고 비판했고 이후 최근까지도 수차례 공개 교육, 회의를 통해 ‘쑨리쥔 세력’을 비판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를 ‘자수 시간’으로 설정하고 쑨리쥔 등 기율 위반 사안에 연루된 경찰에 대한 자수, 제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쑨리쥔의 ‘윗선’을 캐기 위해 이례적으로 오래 조사를 벌였지만 단서를 찾지 못해 공안 분야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에서도 공안 분야의 대한 발본색원식 사정이 진행 중이다.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 기율감찰위원회는 6일 자오진청(趙金成·59) 헤이룽장성 사법청장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헤이룽장성 공안청 상무부청장을 지낸 대표적 공안통이다. 헤이룽장성에서는 지난 6월 허젠민(何健民) 전 정법위원회 부서기(전 공안청 부청장), 7월에는 위링셩(玉嶺生) 전 정법위 부서기, 10월 자오야광(趙亞光) 전 공안청 부청장이 조사를 받고 있다. 허젠민과 위링셩은 2018년, 자오야광은 2015년 정년퇴직했다. 자오야광은 퇴직 6년 만에 조사를 사법 조사를 받는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후 공안·사법 분야에 대한 통제에 공을 들여왔다. 전임 후진타오 주석 시절 중국 공안 분야를 총괄했던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을 동원하는 등 권력을 위협하자 최고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는 안 건드린다는 금기를 깨고 저우융캉을 숙청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시진핑 시대의 성과를 보도하며 “신중국 역사상, 중국 공산당 역사상 전례가 없는 반부패 투쟁을 벌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