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의에서 양 정상은 ‘평화’ ‘협력’ ‘소통’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등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중국의 인권, 무역 등 여러 문제에서 부딪쳤고,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양국 간 경쟁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국과 미국의 지도자로서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식적인 가드레일을 좀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모든 국가가 같은 도로의 규칙에 따라 시합해야 한다고 믿으며 미국은 언제나 우리의, 또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그가 회담 중 신장, 티베트, 홍콩과 폭넓은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및 경제 관행을 지적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항행의 자유 및 안전한 비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큰 바다를 항해하는 두 척의 큰 배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항해해야 한다. 바람을 맞아 함께 전진해야 하며 한쪽으로 쏠리거나 속도를 잃어선 안 되고 충돌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중·미는 마땅히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공영해야 한다”며 “서로의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 상대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 각자 발전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기준을 적용하거나, 중국이 중시하는 대만·신장·홍콩·티베트 문제 등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 중 “냉전의 나쁜 결과란 본보기는 멀리 있지 않다(殷鑑不遠). 미국이 ‘신냉전’적 태도를 실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양측의 최대 관심사는 대만해협의 긴장 문제였다. 중국은 지난달 1~5일에만 군용기 총 150대를 대만해협에 보냈다. 올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인 680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 고위 관계자들이 강하게 대만 방어 의사를 언급, 긴장이 고조됐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하며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미국은 ‘대만관계법’ ‘3개의 (미·중) 공동성명’ ‘6개의 보장’에 따른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입장을 인정해 준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단서를 붙여 미국이 1970년대부터 고수해온 ‘정책의 모호성’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1978년 미·중 수교 공동성명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인정한다(acknowledge)”고 했지만, 1982년 대만에 약속해 준 ‘6개의 보장’에서는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승인(recognize)하지 않는다”며 대만의 주권은 “평화적으로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발휘한 데 대해 중국과 대만은 각각 자국의 입장에서 해석했다. 중국 언론은 바이든의 이날 발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크게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고 중국이 밝혔는데 이게 사실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에 따른 결의를 유지하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안보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역시 대만 문제를 미국과 협상 없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기후변화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같은 절실한 세계 문제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이에 호응했다. 이번 회담의 사실상 유일한 합의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협력이지만 이것도 총론에서만 합의했을 뿐, 각론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