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공역사전시관에서 한 시민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중공)이 지난 1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통과시킨 ‘당(黨)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역사 결의)’에 ‘개인숭배 금지’ ‘종신집권 폐지’ 등의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구는 덩샤오핑이 주도한 1981년 결의 때 만들었는데, 이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개인에 대한 권력 집중을 염두에 두고 40년 만에 삭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민일보는 17일 역사 결의 전문(全文)을 게재했다.

이번 역사 결의는 마오쩌둥 시절인 1945년, 덩샤오핑 집권기인 1981년에 이어 중공이 채택한 3번째 역사 관련 결의다. 시 주석은 지난 8~11일 베이징 징시(京西)호텔에서 열린 19기 6중 전회에서 직접 역사 결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번 결의가 “중대한 현실적 의의와 깊은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했다.

역사 결의에서는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운동인 문화대혁명(1966~1976년)은 ‘재난’이며 수천만명이 숨진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급진적 철강·식량 증산 운동), 인민공사 운동(집단 생산체제)은 ‘과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은 문화대혁명의 성과를 부정했고, 지난 40년간 이런 노선을 바꾼 적이 없다”고 했다.

1981년 결의에서 문화대혁명의 교훈으로 마오쩌둥과 그 계승자인 화궈펑 주석에 대한 개인 숭배를 비판하고 “어떤 형태의 개인 숭배도 금지한다”고 했던 내용은 이번 역사 결의에는 담기지 않았다. 전체 3만6000여 자 가운데 시진핑 시대에 55%를 할애하고 다른 역사를 비교적 간략히 기술하면서 ‘개인 숭배 금지’ 등의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마오쩌둥 같은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집단지도 체제 수립, 지도자들의 ‘종신 집권 폐지’ 등 덩샤오핑의 정치적 유산을 사실상 부정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번 역사 결의는 2018년 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앤 시진핑이 내년에 3연임을 확정짓는 데 앞선 정지(整地)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시진핑 우상화가 더욱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간 시 주석의 당 내외 권위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강력히 벌여왔다. 정치 분야는 물론 경제⋅외교⋅환경⋅법치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시진핑 사상을 적용하고 있다. 베이징대 등 명문 대학, 정부 기관에는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 버금가는 대국이 되려는 중국에 전제정(専制政)이 들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세계 경제와 안전 보장에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시 주석의 3연임은 물론 4연임(2027년 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공 핵심 관계자들과 관영매체는 19기 6중 전회가 끝난 후 시 주석을 당의 핵심으로, 시진핑 사상을 지도적 지위로 확립한 것을 ‘양개확립(兩個確立·두 가지 확립)’이라고 부르며 “군과 전 인민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앞으로 정치적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 결의는 시 주석의 정치 부문 성과로 “당 중앙 집중 통일 지도 규정을 강화해 개인주의⋅분산주의⋅자유주의 등을 방지⋅반대했다”고 했다. 또 “삼권분립 등 서방 정치 사조의 침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