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왼쪽). 펑솨이

지난 2일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한 후 잠적한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가 쓴 것이라며 중국 관영 CGTN방송이 18일 이메일 한 통을 공개했다.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의 안전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제 테니스계는 이메일 대필 의혹까지 제기하며 펑씨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CGTN이 이날 자사 트위터에 펑씨가 스티브 사이먼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에 보낸 이메일이라며 전문을 공개했다. “모두 안녕하세요. 나는 펑솨이에요”라고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며 “나는 실종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다”며 “나는 집에서 쉬고 있고 모든 게 괜찮다. 걱정해 줘서 다시한번 고맙다”라고 적혀 있었다.

펑씨는 지난 2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40살 연상인 장가오리가 톈진시 당서기(2007~2012년) 때부터 내연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2년 말 장 전 부총리가 시진핑 1기 최고 지도부로 승진하면서 왕래가 끊겼다가 퇴임한 장 전 부총리가 3년 전 자신을 불러 함께 테니스를 쳤고,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약 20분간 펑씨의 웨이보 계정에 올라왔다가 삭제됐지만 복사본이 빠르게 인터넷으로 확산됐고 외신으로 보도됐다. 펑씨는 이후 잠적한 상태다. 현재 중국 인터넷 공개된 펑씨의 활동은 지난 9월 테니스 교육 활동에 참여한 것이 마지막이다.

펑씨의 성폭행 주장이 알려지자 국제 테니스계에서는 그의 안전을 우려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이 공개적으로 펑씨의 행방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성폭행 주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중국 관영 매체가 펑씨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이먼 WTA 회장은 “이메일 대필이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사이먼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메일을 펑솨이가 직접 썼는지 아니면 누군가 대신 써준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녀의 소재에 관한 걱정이 더 커졌다”며 “중국 당국은 독자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그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펑솨이가 폭로한 성폭행 의혹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CGTN이 공개한 이메일의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테니스 여자 단식 세계 1위인 오사카 나오미는 트위터에 ‘펑솨이는 어딨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그녀(펑솨이)가 성적으로 학대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검열은 절대 옳지 않다. 펑솨이와 그녀 가족의 안전을 기원한다. 현재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펑솨이는 톈진 테니스팀에서 활동하여 톈진 대표로 여러 차례 중국 대회에 출전했다. 세계 무대에 진출해 2013년 윔블던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에는 프랑스 오픈에서도 복식에서 우승했다.

중국 관영 CGTN방송이 18일 트위터에 테니스 선수 펑솨이의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CGTN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