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가 이달 초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한 후 소식이 끊긴 가운데, 중국 관영 CGTN방송이 18일 펑솨이가 썼다는 이메일을 공개했다. 자신은 안전하며 성폭행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본인이 썼는지 확인되지 않아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GTN은 이날 자사 트위터에 펑씨가 스티브 사이먼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이라며 전문을 공개했다. “모두 안녕하세요. 펑솨이예요”라고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는 실종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다. 집에서 쉬고 있고 모든 게 괜찮다”고 적혀 있다. CGTN은 2016년 출범한 중국 관영 CCTV방송 계열사로 미국 CNN, 영국 BBC 등 서방 매체에 대응해 중국의 입장을 해외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사이먼 회장은 18일 WTA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된 펑솨이 관련 내용은 그의 안전과 소재에 대한 우려를 키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펑솨이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받은 이메일이 실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 그녀의 안전에 대한 독립적이고 확인 가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펑씨는 지난 2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40세 연상인 장가오리가 톈진시 당서기(2007~2012년) 때부터 그와 내연 관계였다고 폭로했다. 2012년 말 장 전 부총리가 부총리로 승진하면서 왕래가 끊겼다가 퇴임한 장 전 부총리가 3년 전 자신을 불러 함께 테니스를 쳤고,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약 20분 만에 삭제됐지만 복사본이 인터넷으로 확산됐다. 펑씨는 폭로 후 현재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펑씨의 성폭행 주장이 알려지자 국제 테니스계는 그의 안전을 걱정해왔다. WTA는 펑씨 행방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성폭행 주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국제적 논란이 되자 이날 중국 관영 매체가 펑씨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중국 최고위층과 염문에 휩싸였던 전문직 여성들이 갑자기 공식 무대에서 실종된 사례가 있었다. 중화권 매체에서 이들의 실종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나왔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도 펑솨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펑솨이의 실종이 국제 테니스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4차례 우승한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는 17일 트위터에 ‘펑솨이는 어딨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그녀가 성적으로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격적”이라며 “검열은 절대 옳지 않다”고 했다. 남자 단식 세계 1위인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도 지난 15일 “그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세계 메이저 대회를 39번 우승해 ‘전설’로 불리는 미국 여성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은 트위터에 “펑솨이가 안전하길 바라며 그의 주장이 충분히 조사되길 바란다”고 했고 1980년대 세계 여자 테니스를 휩쓴 미국의 크리스 에버트도 “펑솨이를 14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우리 모두 그의 행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펑솨이는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시장을 지낸 톈진시 테니스팀에서 활동하여 톈진 대표로 여러 차례 중국 대회에 출전했다. 2013년 윔블던 복식, 2014년 프랑스 오픈 복식에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