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 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43명의 대표단이 지난 5일 대만에 도착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6일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2003년 슬로바키아가 대만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후 관료의 급이나 인원 면에서 최대 규모라고 대만 외교부가 밝혔다. 최근 ‘대만 대표처’ 설립을 허가한 리투아니아에 이어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과의 관계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번 슬로바키아 방문단은 카롤 갈렉 경제부 차관 등 정부 관리 18명을 비롯해 산업계⋅학계 등 총 4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11일까지 6일간 대만에 머물며 경제·무역, 과학 연구 분야 등의 교류 활동을 할 예정이다. 경제 분야에선 반도체⋅생명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바키아는 대만이 아닌 중국과 수교했지만 세르비아⋅헝가리 등 주변국과 비교해선 중국과의 무역⋅투자 비중이 낮다. 2017년부터 대중(對中) 관계를 발전시키는 로드맵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총선 이후 다시 대만과의 관계 강화로 선회했다. 소련 지배를 받아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있는 데다 헝가리 등 친중 노선을 걸었던 국가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못 내자 반도체 강국인 대만 쪽으로 외교 다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슬로바키아 의회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 총회 참가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만도 공을 들였다. 지난 10월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 쿵밍신 대만 국가발전위원회 등이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왕젠민 연구원은 6일 중국 매체 해협도보 인터뷰에서 “슬로바키아가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대만이 주도적으로 나선 면도 있지만 유럽 소국이 국방·안전 등을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 정치인들의 대만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3일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처음으로 대만을 찾았고, 같은 달 25일에는 미국 하원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했다. 지난 2~3일 대만 입법원(국회), 외교부 주최로 타이베이에서 열린 ‘개방 국회 포럼’에도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