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말 중국통계연감 2021년 판이 발간된 이후 중국 내에서 인구 위기론이 무성합니다. 2020년 중국 인구가 고작 204만명 늘어나는데 그쳤기 때문이죠.

2020년 중국 출생률은 8.52%로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인구 자연증가율은 1.45%에 그쳤죠.

중국 인구 증가는 2018년 530만명, 2019년 467만명에 이어 2020년 204만명으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대로라면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요.

중국 인구는 1961년 대약진운동 여파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으면서 일시 줄어든 적이 있지만, 그 외에는 늘 증가세였습니다.

◇뚝뚝 떨어지는 출생 인구

인구 감소의 주요인은 역시 저출산이에요. 2020년 출생 인구는 1200만명으로 2019년 1465만명에 비해 265만명(18%)이나 감소했습니다. 중국은 2016년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지만, 출생 인구는 2017년 1723만명, 2018년 1523만명으로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죠.

지난 5월 7차 인구통계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말이 많았습니다. 2020년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8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0.53%에 불과했어요.

여기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억9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했습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하죠. 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겁니다.

닝지저(寧吉喆) 중국 국가통계국장이 5월11일 중국의 7차 인구통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국 CCTV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는 사실 중국보다 앞서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와 일본도 겪는 문제이죠. 일본은 2015년,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 감소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소득·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인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죠. 우리나라와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천정부지로 뛰는 부동산 가격, 높은 교육열로 인해 치솟는 자녀 양육 비용 등도 출산을 망설이게 하죠. 이런 상황은 중국도 비슷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고령사회

중국은 여기에 1980년부터 2015년까지 35년간 강도 높게 실시한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이 더해져요.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가 그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다보니 현재 가임여성 인구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1962~1976년 출생) 인구가 워낙 많아 당분간은 감소세가 완만하겠지만, 이 세대가 사망하기 시작하는 2040년 전후부터는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에요. 이번 세기말이 되면 중국 인구가 7억명으로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예상한 중국 인구 추이. 중국 당국은 당초 2027년 전후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2021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고령사회 진입 시점이 너무 이르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긴 이후 고령사회에 진입해 고령화에 따른 각종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있었던 반면, 중국은 고작 1만 달러에 이른 시점에 고령사회에 들어간다는 거죠. 중국인들은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未富先老)’고 한탄을 합니다.

중국은 벌써 막대한 노령연금(우리의 국민연금) 부담에 신음하고 있어요. 중국은 우리 돈으로 한해 1000조원가량을 노령연금으로 지출하는데, 2014년부터 사회보장기금이 계속 적자여서 전체 비용의 4분의 1가량을 재정에서 보조해 줍니다. 그 액수는 해마다 늘어나겠죠.

◇중국 쇠퇴 신호탄 되나

서방에서는 인구 감소가 중국 쇠퇴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 축소로 경제 활력은 점점 떨어지는 반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진출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국력을 소모하다보면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미국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본 싱크탱크인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최근 내놓은 전망 자료에서 중국 GDP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를 당초 2028년에서 2033년으로 늦췄죠. 2050년이 되면 미국이 다시 중국을 제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될 중국의 인구 동태를 반영했다고 해요.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병합한 데 이어 대만 무력 통일을 서두르고, 남중국해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국이 직면한 이런 인구 함정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인구 문제라는 ‘회색 코뿔소’가 들이 닥치기 전에 큰 안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