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당국이 6일 중국 샤오미의 최신 휴대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를 검색하는 기능이 내장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대만 당국이 지목한 샤오미의 미(Mi) 10T 5G 모델 광고./샤오미 홈페이지

대만에서 판매된 중국 샤오미(小米)의 휴대폰에서 ‘대만 독립’ ‘(시)진핑’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를 감지하는 기능이 발견됐다고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가 밝혔다. 해당 모델은 한국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7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NCC는 전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에서 판매된 중국 샤오미의 ‘미(MI) 10T 5G’ 모델을 전문 기관인 통신기술센터(TTC)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해당 휴대폰에 기본 탑재된 음악, 다운로드 관리자, 동영상, 휴지통 등 7개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를 찾는 기능이 내장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정치적 민감 단어는 정치인, 정치단체, 언론 등 2000여 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 차이잉원 대만 총통, 리덩후이 전 총통 등 정치인의 이름을 비롯해 대만 독립, 홍콩 독립 매체, 재대만미국협회(AIT·미국 대만 사무소), 6·4운동(천안문 사태), 자유 티베트, 민진당, 국민당, 자유시보(친 민진당 성향 대만 신문)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NCC는 “현재는 해당 단어들에 대한 필터링 기능이 지워진 상태지만 제조사는 원격 조작을 통해 검사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며 “이런 단어가 감지되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색 기록을 특정 지점으로 전송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리투아니아 당국의 발표가 발단이 됐다. 리투아니아 국방부 산하 사이버 안보기구는 유럽에서 팔리는 샤오미 MI 10T 휴대폰에 ‘대만 독립’ 등 500개 가까운 단어를 감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NCC는 대만에서 판매되는 해당 휴대폰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를 벌였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샤오미는 이번 대만 당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 “검색, 통화, 웹브라우징 등 휴대폰 사용자의 어떤 행위도 제한·차단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NCC가 지목한 프로그램은 앱 상의 유료 광고 콘텐츠 가운데 성(性), 폭력, 증오 발언 등에서 (휴대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