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항공공업그룹은 지난 18일 신형 무인기 이룽(翼龍)-1E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이룽-1E의 성능이 군산비행장에 배치된 미군 무인 정찰·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과 맞먹는다고 보도했다. 그레이 이글은 시속 280㎞ 속도로 30시간 비행할 수 있고 총 4발의 미사일·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이룽-1E 수석 설계사인 탕융(唐勇)은 “연구·제조 일체화를 통해 높은 개발 효율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무인기 개량 속도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중국이 군사용 무인기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인기의 창과 방패 역할을 하는 무인기용 미사일, 적 무인기에 대한 요격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은 무인기를 아직 공격 임무에 투입한 적은 없다. 하지만 각국에 수출된 무인기를 통해 실전 경험도 쌓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물론 미·중 갈등이 커지는 남중국해 등에서 정찰·공격 능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군용 무인기 개발은 미국보다 훨씬 늦게 시작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무인기인 이룽-1, 이룽-2의 경우 프레데터(MQ-1) 등 동급 미군 무인기에 비해 첫 비행, 실전 배치가 15년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무인기 정찰, 공격 경험을 쌓았지만 중국은 국내나 인근 해역 정찰 임무에 치중했다.
하지만 2010년 중반 이후 중국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에 자국 무인기를 수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나이지리아 공군이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보급 기지를 공격했다. 2019년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리비아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를 지원하기 위해 드론으로 수도 트리폴리 군사학교를 공격했다. 중국 무인기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사례들이다. 이룽-1, 이룽-2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이집트, UAE, 세르비아에도 수출된 상태다. 이번에 첫 비행에 성공한 이룽-1E도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용 무인기 개발은 국영 항공기업 산하 연구소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은 산하 자회사를 통해 이룽 시리즈를 개발·수출해왔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 산하 제3연구원은 우전(無偵) 시리즈, 제9연구원은 페이훙(飛鴻) 시리즈, 제11연구원은 차이훙(彩虹) 시리즈 군용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무인기 개발 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된 차이훙-6 무인기는 3t의 미사일, 폭탄을 싣고 10㎞ 고도에서 시속 800㎞로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행사에서는 중거리 무인기 페이훙-97의 모델도 공개됐다. 6시간 이상 비행 가능하고 12개의 소형 드론을 탑재할 수 있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소형 드론은 자살 폭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중국군이 군용 무인기를 자국 군사력의 ‘얼굴’로 내세우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정부 수립 70주년 열병식에서 스텔스 무인기인 궁지(攻擊), 초음속 무인기로 알려진 우전-8 등을 공개했다. 미국 군사잡지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전-8의 최고 비행 속도가 마하 6~7에 이르며, 현재 미국 등 서방이 보유한 AIM-120 공대공미사일(마하 5 이하)로는 격추가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우전-7 무인기를 실전 배치해 대만방공식별구역 등에 투입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해 11월 우전-7이 실전 훈련에 투입됐다며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방송은 “세계적 수준의 공군이라는 목표를 향해 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우전 시리즈 드론 개발 책임자인 마웅충은 중국 매체 남방주말 인터뷰에서 “미래 전쟁 장비 시스템에서 무인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된 전쟁 장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