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일인 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전이 국제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각측이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관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 장관이) 북한 (상황의) 전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두 사람의 대화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을 축하했다는 말과 함께 미·중 관계 관련 대화 내용만 소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최근 추진하는 소위 신판(新版) 아시아태평양 전략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역의 주요 도전으로 꼽고, 미국의 지역 전략에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는 시도를 포함시켰다”며 “이는 중국을 포위하고 억제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실제 행동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했던 일련의 약속을 지킬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혔듯 미국 측은 신냉전을 추구하거나 중국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중국 측과 충돌·대항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왕이 부장은 지난 19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대되면 유럽의 평화·안정 수호와 장기 안정에 도움이 될지 유럽 친구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며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하면서도 “각국의 주권·독립·영토 완전성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기 때문에 응당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입장을 원론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21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모든 관련국의 자제를 촉구하며 긴장 확대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올 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정 제일’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의 해법으로 2차 민스크 협정의 복귀를 촉구해왔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전 해결을 위해 2015년 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 정상이 체결한 협정으로 즉각적 휴전, 중화기 철수와 안전지대 설치, 돈바스 지역으로부터 모든 외국군 철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일 돈바스 지역의 친러 친군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의 2개 지역을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2차 민스크 협정 복귀는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대면·화상으로 38번 만날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친밀감을 보여왔다. 미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우주·에너지·금융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분리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안보 우려를 가진 유럽연합(EU)과 대립하게 된다. 미·중 경쟁에서 EU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미 ABC방송은 “우크라이나 분리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운 러시아를 중국이 지지한다면 신장, 티베트, 대만에서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