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지저(寧吉喆)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이 1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1년 중국 인구 통계를 설명하고 있다. /CCTV 캡처

“작년 말 현재 인구는 14억1300만명이며, 2020년 말보다 48만명이 증가했다.”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021년 인구 통계를 발표한 이후 중국 사회가 뒤숭숭하다.

14억 인구 대국에서 한 해 증가한 인구가 5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건 인구 감소가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관영 매체에서조차 ‘인구 위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중국 인구가 제로 성장 시대로 접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이다. 작년 한 해 중국의 출생아는 1062만명으로 2020년(1200만명)보다 138만명(11.5%)이 줄었다.

중국은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6년 전인 2016년 두 자녀 출산을 전면 허용했다. 1980년부터 35년간 계속된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 출생아 숫자는 2016년 1786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다시 급격히 줄었다.

“인구 8억 이하로 떨어질 것”

중국 당국이 더 걱정하는 것은 올해이다. 작년에는 그나마 출생아 숫자가 1000만명을 넘었지만 올해는 이 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년 사망자 숫자가 1000만명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중국은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대약진 운동 여파로 수천만 명의 아사자가 속출한 1961년 이후 61년 만이다. 중국 내 싱크탱크에서 2030년 전후로 예상한 인구 감소 시점이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고령화 문제도 올해가 고비이다. 2020년 인구통계조사 당시 13.5%였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올해는 고령 사회의 기준인 14%를 돌파할 것이 유력하다.

중국의 인구 감소 요인은 우리나라, 일본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과도한 사교육 비용, 여성 경력 단절 우려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고도 성장 이후 삶에 대한 가치관도 과거와 달라졌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문제가 더해진다. 한 자녀 정책 시기에 태어난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어 가임기 여성 숫자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15~49세 가임 여성 숫자는 2011년 3억66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3억1800만명이 됐다. 10년 동안 4800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도 매년 300만명 전후가 계속 감소한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2년 전 “이번 세기 말이 되면 중국 인구가 8억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식 ‘잃어버린 20년’ 오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 보너스를 기반으로 급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인구 감소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중국은 2012년부터 15~65세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 뛰면서 외국계 기업들의 탈중국이 본격화됐고, 성장률도 해마다 줄었다. 정부 싱크탱크 출신의 경제학자인 런쩌핑(任澤平) 전 헝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보너스가 사라지면서 중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2010년 10.6%였던 성장률이 2019년 6.1%까지 줄었고 곧 5%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연금은 2014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해 중국 정부가 재정으로 차액을 메우고 있다. 그 액수도 해마다 급증해 2019년에만 1조9000억위안(약 360조원)이 들어갔다.

중국 내에서는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과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 침체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상, 부동산 거품 붕괴 등이 계기가 됐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구 문제가 있다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 내국인 인구 감소도 본격화됐다.

런쩌핑은 지난 1월 웨이보를 통해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2조위안(약 376조원)의 돈을 찍어 현금을 직접 뿌리는 방식으로 10년 동안 5000만명의 인구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저출산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상식을 뛰어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계획출산위원회는 비의료적인 이유로 낙태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한 해 인공 유산 건수는 900만건에 이른다. 과거 강제 낙태로 악명이 높았던 국가 기관이 이제 인공 유산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제 규모 미국 추월도 쉽지 않다”

인구 문제가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작년 12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을 애초 예상한 2028년에서 2033년으로 늦췄다. “2056년에는 미국이 다시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의 장기적인 인구 감소 문제와 민영기업 규제로 인한 생산성 정체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중국 인구 문제 전문가인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이푸셴(易富賢) 교수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 “중국의 경제 기적은 마르지 않는 노동력에 크게 의존했다”며 “인구에 변곡점이 생겼다는 건 경제 모델에도 변곡점이 왔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작년 이 매체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중위 나이(총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해당되는 사람의 나이)는 42세로 미국(38세)보다 더 많고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중”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 등 인구의 질이 과거보다 좋아진 만큼 인구 감소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교수(경제학)는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 수준과 과학기술 자원을 끌어올려 경제 혁신을 가속한다면 성장 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中 “부유해지기도 전에 먼저 늙어간다” 한탄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아시아의 제조업 강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2005년 내국인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총인구 감소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2020년 내국인 인구 감소에 이어 2029년에는 전체 인구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만과 홍콩 등도 2020년에 내국인 감소가 시작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아이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한국 1.1, 일본 1.4 수준으로 초저출산 사회의 경계 선상에 있다. 2020년 인구 통계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중국의 합계 출산율도 1.3이었다.

고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1994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 사회가 시작됐고, 한국도 2017년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시작되는 시점의 경제 사정은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 사회 진입이 시작된 시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 이상이었다. 반면 중국은 1만달러를 막 넘은 시점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의 2021년 1인당 GDP는 약 1만2500달러다.

중국에서는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간다’는 뜻으로 미부선로(未富先老)라는 말이 나온다. 고령화로 인한 막대한 연금 부담,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 정체로 지속적인 발전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닝샹둥(寧向東)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일본은 부유해지고 나서 늙어갔지만, 우리는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가는 만큼 사정이 판이하다”면서 “고령화가 중국 경제 발전을 크게 제약하지 않을까 정말 두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