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아파트 건물 앞에서 25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 선전 당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사건을 보도하는 자국 매체들에 침입, 침략 등의 단어를 쓰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국민에게 러시아 침공의 부정적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24일 우크라이나 남·북·동 3면에서 시작된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에 대해 ‘군사 행동’ ‘출병(出兵)’ ‘무장 충돌’, ‘기습’으로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행동을 비판하는 유럽연합(EU) 등의 입장을 전하는 일부 기사에서만 작은따옴표를 써서 ‘침입’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침략 아니냐’는 AFP통신 기자의 질문에 “침략의 정의에 대해서는 현재 정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로 돌아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아주 복잡한 역사와 경위가 있다”고 했다.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반러시아 시위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바이두, 웨이보 등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방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버렸다’ ‘투항한 우크라이나 병사 전우에게 나를 따르라 외쳤다’ ‘러시아 매체, 포로가 된 우크라이나군 화면 공개’ 등이 인기 검색어로 올라왔다. 미국 등 나토에 대한 비판, 우크라이나군의 허약성이 집중 부각되고 있다.

중국 일부 관영 매체는 러시아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개전 직후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에 상륙, 점령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 언론계 관계자는 “개전 초기 CCTV방송이 분명하지 않은 소스를 가지고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앞장서듯 보도하는 기사를 여러 건 내보냈다”며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더라도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다’는 선전 원칙마저 깨진 것 같았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의 실시간 방송에는 “북극곰(러시아) 힘내라” 등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응원하는 댓글과 “중국도 대만을 무력 통일을 해야 한다” 취지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중국 선전 당국의 여론 관리 방향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는 “국경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전쟁했던 게 불과 50여년”이라며 “미국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주권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까지 찬동하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