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이용한 침략 위협을 받을 경우,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주권과 통일, 영토 보존과 관련, 상호 지지하는 것은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한 내용’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28일 핵무기 준비 태세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은 2013년 국가주석에 오른 뒤 에너지와 과학 분야에서 서방 의존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시 주석은 자신보다 한 살 위인 푸틴 대통령과 이후 40차례 가까이 만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도 열어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가 수차례 부인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중·러 두 나라가 사전 교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익명의 중국 관리를 인용, 시 주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회의를 열고 “(군사 행동에 대해선) 당분간 입장을 내지 말되, 미국 등의 위법한 제재 아래 놓인 러시아를 경제·무역 면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러 제재에 반대하면서 “독립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편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25일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 당시 “현재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 지도자가 취하는 행동을 존중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러시아의 전면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자유민주 진영과 러시아 사이의 제재·보복 제재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애매모호한 입장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시진핑의 친러 외교가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