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상하이의 한 병원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차이나데일리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던 지난 9일, 조선일보 사무실이 있는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거주 단지가 봉쇄됐다. B동에서 환자 1명이 나오자 B동은 ‘봉쇄구역’, 반경 50m 안에 있는 C, E, F동은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환자와 같은 층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짐을 싸서 집중 격리 호텔로 이전, 수용됐다. 통로에는 감시 카메라도 설치됐다. 봉쇄구역, 통제구역으로 명칭만 다를 뿐 4개 동 주민 수백 명이 2주간 가택 연금 신세가 됐다. 베이징에만 현재 이런 출입 통제 지역이 7곳 이상이다.

영어 유치원, 수퍼마켓은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격리 1·4·7·10·14일 차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중국 인민은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주민은 “갑작스럽고 불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한국 교민이 다수 거주하는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은 모든 주민에 대해 14일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해온 중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본토 기준으로 10일 1100명, 11일 1524명이던 신규 코로나 양성 판정자가 12일 3122명으로 2배로 늘었다. 이 중 40% 이상이 증상도 없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하루 발생 확진자 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돼 있던 2020년 2월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중국 경제 산업 중심지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중국 대도시 가운데 비교적 유연한 방역 정책을 폈던 상하이시는 14일부터 모든 버스 터미널 운영을 중단한다. 광둥성 선전시는 이날부터 최소 20일까지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하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또 식료품점 등 생활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매장은 문을 닫고 시민들은 거주지에만 머물며 3차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구 1700만여 명이 사는 중국 IT 산업의 수도가 사실상 봉쇄 상태에 돌입한 셈이다. 더욱이 이런 초강력 조치가 시행 하루 전 발표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중국 본토의 코로나 발생 건수는 한국은 물론 인구 750만명인 홍콩과 비교해도 적은 숫자다. 중국은 코로나 발생 시 인근 지역을 모두 봉쇄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전수(全數)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는 강력한 정책을 펴왔다. 핵심은 확진자의 동선(動線) 추적이다. 중국은 거의 모든 상점 출입 시 휴대전화 QR코드를 스캔하도록 해 환자가 발생하면 그가 다녔던 동선을 파악, 확산을 막아왔다.

하지만 전염력이 강력한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감염 경로 파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산둥성, 지린성 등에서 하루 수백, 수천 명의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감염의 원점(原點)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방역 실패 책임을 물어 지방 관리 교체도 계속되고 있다. 지린성은 인구 440만명인 지린시에서 일주일 사이 1000명 넘는 환자가 나오자 12일 지린시장을 면직했다. 장춘시 지우타이구 구청장도 교체했다. 지난 10일에는 산둥성 칭다오 산하 도시인 라이시(萊西)시에서 환자가 900명 넘게 나오자 일인자인 당서기, 시장 등 17명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올가을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방역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지방정부들의 코로나 방역 조치가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미국, 유럽처럼 코로나 방역을 완화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 중국 언론인은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괜찮지만 중소 도시만 가도 의료 시설이 엉망이라 확진자가 폭증하면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쓰일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통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3년째 접어드는 강력한 코로나 방역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중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일반 국민이나 여행·관광·요식업 직원들의 막대한 희생 위에 이뤄지고 있기에 중국 인민의 불만도 증대하고 있다. 이는 올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에 대한 민심과도 연결될 것으로 보여 중국 공산당이 긴장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