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경제 불안 속에서 주룽지 전 총리 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는 등 올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의 권력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익명의 중국 인사들을 인용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며 마오쩌둥 같은 국부(國父) 반열에 오르려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그가 추진해 온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리더십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대형 IT 기업들이 직원을 대거 해고하자 주요 도시 경제 상황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한 관계자는 “일부 업종의 타격을 예상했던 지도부가 (실제 조사 결과) 경기 하강 속도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부동산 대출을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WSJ는 부동산부터 IT까지 비즈니스계 전반을 강하게 틀어쥐고 중국을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던 시 주석에 대해 엘리트 사이에서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나왔고, 리커창 총리 등 주도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주룽지 전 총리가 “기존의 권력 교체 방식을 깨려는” 시 주석을 최근 비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외교 정책도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0일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추가 도입했다. 그러자 미국과 유럽 정치권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주 진영 대(對) 중·러’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시 주석의 친(親)푸틴 행보가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은 강력한 검열, 사상 통제를 거쳐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올가을 치러지는 20차 당 대회에 시 주석의 3연임은 확정적이다. 그는 최소 2028년 3월까지 국가주석직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하고 취업·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면, 4연임 이상 장기 집권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