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원전 단지를 공격, 점령한 가운데, 대만에서도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대만 원전을 공격, 점령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만은 가동이 끝난 제1 원전을 제외하고 북부 신베이시(제2원전)와 남부 핑둥현(제3원전) 등 해안가 2곳에 원전 단지가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입법원(국회) 왕완위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입법원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원자력위원회를 상대로 중국의 대만 원전 공격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다. 왕 의원은 “만약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대만 원전에 3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충돌이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미사일로 공격받거나, 중국군이 침공한 후 미사일로 원전을 공격하는 상황, 마지막으로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한 후 원전을 점령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왕 의원은 “이런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 인원 대피, 원전 폐쇄, 긴급 전력 시스템 보호 등의 조치가 충분히 준비돼 있느냐”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원전은 대만 전력 공급의 11%(2020년 기준)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셰샤오싱 원자력위원회 주임위원은 “위험 평가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 원전을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했다. 하지만 셰 주임위원은 “1만분의 1의 가능성, 우연한 충돌이 재난으로 번지고 방사성 물질의 외부로 유출되는 등의 만일의 사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제1 원전, 제2원전, 제3원전은 모두 긴급 대응 계획이 수립돼 있지만 계획을 점검해 개선,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침공 당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하고 지난 4일에는 유럽 최대 원전 단지로 우크라이나 전력의 12%를 공급하는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내 일부 건물에 포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전 공격은 세계 전쟁사에 전례없는 일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원전 단지도 군사 공격 대상의 예외가 아니게 됐다는 우려가 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점령을 언급하며 “우연이든 고의적이든, 전쟁 확대는 모든 인류를 위협한다. 러시아는 핵시설 안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