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승객과 승무원 132명을 태운 채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사고 원인으로 승무원과 관련한 인적 요인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 항공기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 여객기가 시속 966㎞ 이상으로 추락했고, 순간 시속 1126㎞를 넘기기도 했을 것으로 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항공학 전문가 존 한스먼 교수는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항공기는 음속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음속은 온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데 해수면에서는 시속 1224㎞ 정도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수직 급강하는 비행기 추락사고는 유례가 없다고 봐야 할 듯하다”며 항공기 정비 등 기술적인 문제와 승무원에 관련된 인적 요인을 사고의 가능성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기체결함이 문제라면 엔진보다는 날개 쪽에 문제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는 “엔진에 문제가 있다면 조종사가 조처를 할 수 있고, 엔진이 모두 정지했더라도 기본적으로 항공기를 띄우는 양력이라는 힘을 받게 되어 저렇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아주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의 해상도가 굉장히 낮아서 정확한 기체 상태를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떨어지면서 중간에 후미 쪽으로 무언가 분리되는 모습이 살짝 보인다”고 했다.
김 원장은 “남은 건 조종사가 고의적으로 항공기 기수(機首)를 낮췄을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실크에어 항공기 사고는 기장이 고의적으로 항공기를 급강하시켜 자살 비행했다는 결론이 났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인적 요인에 의한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종사가 수직 낙하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오토파일럿이라는 자동주행장치가 있고, 정상적인 비행기 상태라면 항공기가 급강하해서 속도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기수가 회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이걸 조종사가 힘으로 극복해서 억지로 누른다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고 여객기는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도중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텅현 인근 산악 지역에 추락했다. 중국 당국은 23일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중 일부인 조종석 음성기록기(CVR)를 발견해 분석에 착수했다. 음성기록기의 외부는 심각히 훼손됐으며 내부 메모리 장치에도 일부 훼손이 있는 만큼 분석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