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 허브’ 상하이가 28일부터 8일간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인구 2500만명이 사는 대도시의 다리와 터널, 도로가 폐쇄되고 시민들의 외출도 금지됐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중국은 물론 관련 국가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상하이시는 시를 가로지르는 황푸(黃浦)강을 경계로 푸둥신구 등 강 동쪽 지역은 28일 오전 5시부터 다음 달 1일 오전 5시까지 봉쇄된다. 황푸구 등 강 서쪽 지역은 다음 달 1일 오전 3시부터 5일 오전 3시까지 차단하고 2500만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봉쇄 기간에 주민들은 주택단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의 대중교통 운영도 중단된다. 기업과 관공서도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상하이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하이에 오거나 상하이를 떠나지 말라”고 했다.
상하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중국 내 다른 도시들과 달리 코로나가 재발해도 좁은 구역만 봉쇄하는 ‘핀셋 방역’을 해왔다. 도시 전체를 봉쇄할 경우 중국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5~26일 상하이에서 하루 2000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시 당국은 “도시 봉쇄 계획은 없다”고 했었다. 26일 상하이시 방역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판 푸단대 상하이의학원 부원장은 “만약 우리 도시(상하이)가 멈추면 동중국해에 떠다니는 국제 화물선이 멈추고,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7일 상하이 전역에서 3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자 방향이 급변했다. 상하이시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28일 새벽부터 도시를 절반씩 봉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미리 식료품을 사두려는 시민들이 슈퍼마켓에 몰려들었고,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상하이 금융 회사들은 27일 밤 투자와 거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짐을 싸서 회사로 오라고 지시했다. 통행이 금지되는 기간 회사에서 합숙하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치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날 “공항과 철도, 국제 여객과 화물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했지만 세계 컨테이너 처리량 1위인 상하이항의 경우 중국 국내로 물품 운송이 전보다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상하이 푸둥신구에 있는 테슬라 공장이 직원과 납품 업체들에 28일부터 4일간 가동 중단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27일 밤 공고를 통해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고, 지난해 회계 보고서를 기일 내에 제출하기 어려운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다음 달 30일까지 제출 기한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상하이에는 SMIC, 화훙반도체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날 상하이 증시는 개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5%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0.07% 소폭 상승 마감했다.
중국이 올 들어 경제 전망이 나빠지자 “방역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해왔다. 상하이식 핀셋 방역은 그 실험장이었다. 하지만 산시성 시안, 광둥성 선전에 이어 상하이에 대해서도 봉쇄 결정을 내린 것은 당분간 경제보다 방역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상하이시 기관지인 해방일보에 따르면 리창(李强) 당서기는 27일 밤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 방역에 관한)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한 발언과 정신을 지키고 사상과 의지를 통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갑자기 핀셋 방역 정책을 바꿈에 따라 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