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딘 자주포./미 육군 홈페이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에 팔기로 했던 최신형 자주포를 제때 제공하기 어렵다며 대만에 도입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이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다른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외교 전략을 바꾸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2일 “미국 측이 생산 라인 문제로 내년부터 대만에 인도할 예정이던 M109A6 팔라딘 자주포를 HIMARS 등 다른 정밀, 원거리 무기로 대체하는 방안을 통보해와 미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합보는 2일 “내년부터 미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던 팔라딘 자주포 8문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생산이 지연돼 2026년 이전에 제공하기 어렵다고 미 국무부가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대만에 팔라딘 자주포 40문 등 미국산 무기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금액은 7억5000만달러(약 9500억원)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한 첫 무기 판매 결정이었다. 당시 대만 총통부, 국방부, 외교부 등이 미국 측에 감사를 표했다.

제종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부연구원은 연합보에 “팔라딘은 높은 기동성뿐만 아니라 적군에 대한 정보를 빨리 획득, 전파해 1분 안에 사격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군의 사격 지휘 자동화 정도를 높일 무기로 평가됐다”며 “HIMARS와는 역할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팔라딘을 HIMARS로 교체한다는 안은 미국의 정책 변화로 인한 대만 작전 능력의 영향 논란에 고의로 희석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HIMAR는 사거리 42~300㎞로 전선 후방의 적 지휘부 등을 타격하는 무기인 반면 팔라딘 자주포는 사거리 24~30㎞로 전선의 적 포병, 보병 등에 대한 사격을 제공하는 데 특화돼 있다. HIMARS의 경우 바이든 정부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됐지만 아직까지 인도되지 않고 있다.

연합보는 “(팔라딘 자주포 판매 변경이) 미국이 밝힌 생산 라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미국의 외교 전략 상의 고려가 있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제공되지 않은 스팅어 미사일, M1A2T 에이브람스 전차 등의 제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HIMARS(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가 장거리 다연장로켓을 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