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구하는 중국이 최근 상하이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소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현지시각) CNN은 중국 국영방송 보도를 인용해 “중국의 가장 큰 발병 진원지인 상하이에서 수천명의 작업자가 팀을 이뤄 지역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강박관념에 휩싸여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소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호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도시 거리는 물론 공원 벤치와 건물 외벽, 심지어 택배 상자 등에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는 소독 작업에 투입할 소방관을 채용하고 지역 청소년 운동팀을 소독 자원봉사에 투입하는 등 소독 작업자를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일부 상하이 지역에서는 소독용 특수 장비가 설치됐고, 소독제를 살포할 수 있는 대형 탱크 차량이 거리 곳곳에 배치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기차역마다 소독 로봇을 두고 ‘검역 순찰’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상하이 방역 당국은 주민들에게 소독제 직접 살포와 드론을 활용한 소독제 공중 살포 등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국의 이 같은 소독 집착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물체 표면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해 오염된 표면에 접촉해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1만분의 1 미만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소독 보다는 비누로 손을 닦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편이 코로나 예방에 더 도움 된다고 강조해왔다.
니콜라스 토마스 홍콩시립대학교 교수는 “로봇과 거리 살포는 정부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행위”라며 “전염병 대응의 영역에서 정치가 과학을 지배하고자 하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야외 공간에 소독제를 살포하는 행위는 오히려 공중보건과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데일 피셔 싱가포르 용루린 의과대학 교수는 “야외 공간이나 건물 외벽에 대량의 소독제를 살포해도 아무런 (방역) 효과가 없다”고 했다. 럿거스 뉴저지 의과대학의 한 교수도 사람들이 야외에서 무차별적인 소독제에 노출되면 건강에 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야외 소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독 가이드라인에도 “실외에서 소독제를 뿌리면 사람들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 눈, 호흡기 또는 피부에 자극이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