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통계가 나오는 시점은 일정합니다. 매달 10일을 전후해 해관(세관)에서 지난달 수출입 통계가 먼저 나와요. 중순쯤엔 국가통계국이 투자·소비·물가 같은 주요 통계를 발표합니다.
5월9일 중국 해관이 4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달러 환산액 기준으로 수출 증가율은 3.9%, 수입 증가율은 0으로 나왔습니다.
중국의 작년 수출 증가율은 29.9%였죠. 올 들어서도 1~2월 16.3%, 3월 14.7%로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4월 3.9%로 폭락을 한 겁니다. 수입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요.
◇상하이 봉쇄에 수출 물량 급감
수출과 투자, 소비를 흔히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라고 부릅니다. ‘제로 코로나’라는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지속하면서 소비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죠. 부동산 비중이 큰 투자 부문도 정부 인프라 투자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선방을 해왔던 분야가 수출이었죠.
수출이 타격을 입은 건 역시 상하이와 선전 등 주요 경제 도시들이 봉쇄된 영향이 컸습니다. 상하이 봉쇄의 영향이 경제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거죠.
항구도시인 상하이는 중국의 한해 수출입 물동량의 10%를 감당합니다. 컨테이너 물동량으로만 치면 그 비중이 18.9%나 돼요.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으로 이어지는 장강 삼각주 지역은 중국 첨단 제조업 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각종 원자재와 제품이 상하이 양산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죠.
이런 상하이 항구가 코로나 봉쇄로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물동량이 봉쇄 이전 수준의 40%에도 못 미친다고 해요. 상하이로 향하는 화물 트럭도 곳곳에서 통행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장강 삼각주 지역 제조업체들은 공황 상태라고 해요. 항구 물동량이 막히면 수출 제품이 못 나갈 뿐 아니라 들어와야 할 원자재나 중간재도 못 들어오게 됩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는 공급망 사슬이 붕괴돼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못 돌리는 공황 상태가 된 거죠.
◇2분기 성장률 2%대 추락 전망
곧 나올 다른 분야 경제 지표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민간 경제지 제일재경이 경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3월 -3.5%를 기록했던 소비증가율은 4월 -5.01%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해요. 공업 생산 증가율은 0.9%, 부동산투자 증가율은 -1.48%로 예상했습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조사통계국장을 지낸 성쑹청(盛松成) 상하이 재경대 교수는 5월9일 상하이증권보 기고문에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으로 봤더군요. 1분기 4.8%와 합산하면 상반기 전체로 성장률이 3.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5.5%)를 훨씬 밑도는 수치죠.
기고문 제목이 ‘코로나 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2분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겁니다. 4월부터 시작된 2분기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는 거죠.
◇시진핑의 딜레마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4월26일 당 중앙 재경위 회의를 소집해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하루 뒤인 4월27일엔 리커창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어 취업과 성장률 대책을 논의했어요. 4월29일에는 시 주석이 주재하는 당 중앙 정치국회의에 이어 정치국 집체 학습도 있었습니다. 현재 경제 상황과 자본 시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해요.
나흘 사이에 네 차례나 회의를 열었다는 건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일 겁니다.
사실 답은 나와 있죠. 실효성도 떨어지고 경제를 옥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방역 통제를 풀었을 때 1억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10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올 11월 연임을 앞둔 시 주석의 고민이에요. 당연히 시 주석에 대한 방역 책임론이 불거질 겁니다. 중국 최고지도부의 딜레마가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