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만계 미국인의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중국 본토와 대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범인이 동포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자, 대만 총통부가 직접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대만 출신 미국 이민자 데이비드 초우(중국명 저우원웨이·69)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제노바 장로교회를 찾아 당시 점심 식사를 하던 신도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당시 교회에는 40여 명이 있었다. 그는 신도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미리 교회 문을 쇠사슬로 묶고, 열쇠 구멍에 접착제를 부었다고 한다. 초우는 목사와 신도들에게 제압됐지만, 그가 쏜 총에 대만계 신도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이 교회는 ‘어바인 대만 기독장로교회’가 빌려 이용해왔고, 신도 다수가 대만 출신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반스 오렌지카운티 경찰서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초우의 범행 동기에 대해 “중국 본토와 대만 간 정치적 긴장 상황에 대한 분노와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초우의 차에서 대만이 독립국이라는 것을 부인하며 대만인에 대한 증오를 담은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초우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대만 장로교는 대만 독립주의 운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대만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초우는 부모가 국공내전(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때 대만으로 이주했고, 자신은 1953년 대만에서 태어난 ‘외성인(外省人) 2세대’다. 대만 한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했다. 미국에선 보안회사에 근무했고, 2019년 대만 독립 반대 단체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국 평화 통일 촉진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통일파가 독립파를 죽였다” “미국인이 미국인을 죽인 것으로, 통일과 무관하다”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사건 초기 초우를 ‘화교’(해외 거주 중국인)로 묘사하다가, 초우가 대만 독립 반대주의자로 알려지자 그의 정치적 배경은 알리지 않은 채 “대만인이 대만인을 공격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는 17일 “어떤 형태의 폭력 행동도 엄중히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