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족적(足迹): 이 길을 걸어온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50부작 선전 영상을 23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했다. 올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가 본격적으로 시진핑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올림픽 롤모델 표창식에 참석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첫 회는 약 6분 길이로, 시 주석이 1969년 산시(陝西)성 량자허 마을로 하방(下放·도시 청년을 시골로 보내는 것)돼 7년을 지낸 시절을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예고편에서 “40여 년 긴 세월, 그의 발자취는 남북으로 이어졌다”며 “그 흔적을 따라가며 초심을 지키는 발자취에서 시진핑이 길어온 길을 여러분과 함께 알아본다”고 밝혔다. 40여 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할 때 50부작은 시 주석이 총서기에 오르기 직전(2012년)까지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 방역이 장기화하며 일부 외신은 중국 공산당 내에서 시 주석 대신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습하리상(習下李上·시진핑을 내리고 리커창을 올린다는 뜻)’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 시 주석에 대한 선전물을 방송함으로써 논란을 가라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명보는 23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현재 ‘핵심’이라고 불리는 시 주석이 20차 당 대회에서 ‘영수’라는 새 칭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영수라는 표현은 마오쩌둥에게만 쓰였다. 덩샤오핑 시대 이후에는 ‘일인자’ ‘핵심’ 등으로 대체됐다. 시 주석은 2016년 당 대회에서 ‘핵심’ 칭호를 얻었고, 이는 시진핑 2기 중국 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도 반영됐다.

올해 들어 시 주석을 영수라고 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광시장족자치구 당 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영원히 영수를 받들고, 영수를 수호하며, 영수를 따른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지난 4월 시 주석이 참석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공자 훈장 수여식에서 국가체육총국 관계자는 “세계가 괄목할 이번 성적은 영명한 영수, 위대한 당, 강대한 조국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지방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고 있다. 22일 열린 공산당 광둥성위원회 회의에서 리시(李希) 당서기는 “시진핑 서기를 일존(一尊), 일추정음(一錘定音)의 권위로 삼는다”고 했다. 일존은 사상 등에서 최고의 권위자라는 의미이고, 일추정음은 징을 한 번 쳐서 가락을 정하듯 누군가의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