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4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공자 포상식에 참석한 모습이다./AP 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3일부터 50부작으로 ‘이 길을 걸어온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선전 영상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올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할 전망인 가운데 중국 중앙 선전 매체가 본격적인 시진핑 띄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영상은 16세인 시 주석이 1969년 산시(陝西)성 량자허 마을로 하방(도시 청년을 시골로 보내는 것)돼 7년간 지냈던 시절을 시작으로 40여년간의 일대기를 다룬 짧은 동영상이다. 총 50부작의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40여년이라는 기간을 예고한 것으로 보면 총서기(2012년)에 오르기 직전까지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영상은 신화통신 계열사인 신화망이 제작했고 신화통신이 배포한다.

신화통신은 예고 영상에서 “40여년 긴 세월, 그의 발자취는 남북으로 이어졌다. 40여년의 세월은 순수하다. 방향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그 흔적으로 따라가며 초심을 지키는 발자취(영상물 제목)에서 시진핑이 길어온 길을 여러분과 함께 알아본다”고 밝혔다.

상하이 봉쇄 등 중국의 코로나 방역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외신은 중국 공산당 내에서 시 주석 대신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습하리상(習下李上·시진핑을 내리고 리커창을 올린다는 뜻)’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신화통신이 시 주석에 대한 대형 선전물을 방송하는 것은 이런 논란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명보는 23일 베이징의 소식통을 인용, 현재 ‘핵심’이라고 칭호를 가진 시진핑 주석이 오는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영수’라는 칭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역대 지도자 가운데 영수라는 표현은 마오쩌둥에게만 쓰였다. 덩샤오핑 시대 이후에는 ‘일인자’ ‘핵심’ 등으로 대체됐다. 시 주석은 2016년 당대회에서 ‘핵심’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이는 시진핑 2기 중국 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올 들어 시 주석에 대해 영수라고 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광시장족자치구 당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영원히 영수를 받들고, 영수를 수호하며, 영수를 따른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지난 4월 시 주석도 참석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공자에 대한 훈장 수여식에서 중국 국가체육총국 관계자는 “동계 스포츠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세계가 괄목할 이번 성적이 영명(英明)한 영수, 위대한 당, 강대한 조국 덕분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지방에서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고 있다. 22일 개최된 중국 공산당 광둥성위원회 회의에서 리시(李希) 광둥성 당서기는 “시진핑 총서기와 당 중앙의 영도에 의지해야만 복잡하고 엄중한 상황에서 새 시대 개혁, 발전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며 “시진핑 서기를 일존(一尊), 일추정음(一錘定音)의 권위로 삼는다”고 했다. 일존은 사상 등에서 최고의 권위자라는 의미이며 일추정음은 징을 한 번 쳐서 가락을 정하듯 누군가의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이날 회의의 주제도 ‘양개확립(兩個確立)를 충성으로 지키고, 양개유호(兩個維護)를 반드시 이뤄낸다’였다. 양개확립은 “시진핑의 당 중앙의 핵심, 전당(全黨)의 핵심적 지위를 확립하고,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다”는 뜻이고, 양개유호는 “시진핑의 당 중앙, 전당의 핵심 지위를 지키고, 당 중앙의 권위와 중앙집중 통일 지도를 지킨다”는 의미다. 모두 시 주석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조한 말이다.

중국 공산당 광둥성 위원회가 22일 개최한 회의를 보도한 광둥성 기관지 양성만보 1면. /양성만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