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구(舊) 유고슬라비아 중국 대사관 오폭(誤爆) 사건 당시 현장에서 구사일생해 1보를 전한 중국인 기자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 총편집인에 임명됐다. 중국 국무원은 7일 뤼옌쑹(呂岩鬆·55)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신화통신 총편집인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뤼 총편집인은 인민일보에 입사해 러시아 지국 특파원, 유고슬라비아 지국장, 러시아 지국장, 국제부장, 부총편집인을 맡았다. 그는 1999년 5월 8일 새벽 미군이 이끄는 나토 공군이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을 폭격했을 때 인민일보 특파원으로 현장에 있었다. 당시 폭격으로 대사관에 있던 신화통신, 광명일보 등 중국 기자 3명이 숨졌고 중국 당국은 이를 미국의 반미 선전에 활용해왔다.
중국 매체 지무(極目)신문에 따르면 뤼 총편집인은 폭격이 시작되자 카메라 가방과 위성전화만 챙겨 탈출했고, 직전 유고슬라비아 특파원을 지낸 후시진 당시 인민일보 기자(환구시보 전 편집인)에게 위성전화를 걸어 “나토가 대사관을 폭격해 불타고 있다”고 알렸다고 한다. 대사관 통신망이 끊긴 상태에서 중국에 폭격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사람이 뤼 총편집인이었다.
인민일보에서 30년간 근무한 후에는 2019년 산시(山西)성 선전부장, 2021년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지냈다. 미군 폭격에서 살아난 뤼 총편집인에게 신화통신 보도 책임을 맡긴 것은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강경한 선전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매체는 당·정부 선전 기구로 최고위층 임원들의 경우 매체 간 교차 인사가 이뤄진다. 뤼옌쑹을 비롯해 신화통신, 인민일보, CCTV방송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선전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50대 중반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 2월 인민일보 총편집인에 임명된 위사오량(於紹良·56)은 2016년까지 32년간 신화통신 산시(陝西) 지국장, 인사국장,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후 후베이성 조직부장, 상하이시 조직부장과 정법위 서기를 거쳐 올해 인민일보 총편집인에 임명됐다.
50대 선전 전문가 그룹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선하이슝(慎海雄·55) 중국중앙방송총국(CMG·China Media Group) 총국장 겸 총편집인이다. CMG는 2018년 방송·라디오를 담당하는 중앙기관을 통합해 출범시킨 기구로 CCTV(국내방송), CGTN(해외방송), CRI(해외라디오) 등 중국 국내외 TV·라디오 선전을 총괄한다. 선 총국장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겸임한다.
항저우대 중문과를 졸업한 선하이슝은 신화통신 저장성 지국에서 기자 일을 시작했다. 이 시기 저장성 성장, 당서기를 맡았던 시진핑 주석과 인연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 상하이 지국장을 거쳐 시 주석이 권력을 잡은 2012년 베이징으로 상경해 신화통신 부총편집인, 부사장을 맡았다. 중국 언론계 관계자는 “신화통신 근무 시절 후배들 기사를 일일이 고쳐주고 인품도 좋아 그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광둥성 선전부장을 거쳐 2018년 새로 출범한 CMG 초대 총국장에 임명됐다.
선 총국장은 2018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대면 인터뷰하고 지난 2월에도 서면 인터뷰 하기도 했다. CMG 총국장인 그가 직접 인터뷰에 나선 것은 푸틴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