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 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누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킨다면 우리는 반드시 일전(一戰)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는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참석,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국 국방장관이 지난 10일 대면 회담을 했다. 웨이 부장은 대면 회담에서도 “일전 불사”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틀 후 공개 석상에서 또다시 전쟁 발언을 했다.
웨이 부장은 이날 “대만 문제는 민족의 혼란과 내전 중 생겨난 것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함께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통일을 위해 남북전쟁을 치렀다”며 “중국은 그런 내전을 원치 않지만 어떤 대만 독립 기도도 철저히 분쇄할 것”이라고 했다.
웨이 부장은 지난 2019년 샹그릴라 대화 연설 때도 대만 문제와 관련, “일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스틴 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이날 연설까지 연이어 미국·대만을 겨냥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을 향한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과의 회담에서 “대만 해협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대만의 사회, 경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력 행사나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미·중 양측이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유지해온 각각의 전략인 ‘전략적 모호성’과 ‘장기적 해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취임 이후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에서 3차례 이상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자 미국 당국은 “미국의 대만 정책엔 변화가 없다”고 진화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의원이던 시절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그를 12년간 보좌했던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최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강연에서 “(대만 관련) 그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본심, 정직한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도 대만에 대한 평화 통일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무력 통일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의 장기 집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필립 데이비드슨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2027년까지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고, 추궈정 대만 국방장관도 “중국군이 2025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마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지난 40여 년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인 적극적 군사 개입을 주저한 것도 중국의 무력 행동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4만t급 대형 상륙함인 하이난함을 실전 배치했고, 최근에는 대만을 담당하는 동부전구가 H-6 폭격기를 동원해 야간에 가상의 적 목표물을 파괴하고 지대공미사일을 회피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익명의 대만 국방 관리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동맹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준비되기 전에 대만을 조기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