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이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미국과 중국이 나토의 외연 확대를 놓고 충돌하는 양상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시아·태평양은 북대서양의 지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아태 지역 국가와 인민은 어떤 형태의 군사 집단을 끌어들이고 분열 대항을 선동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 관계 발전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이익이 돼야 하며 제3국을 겨냥하고 그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왕 대변인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 대응책을 의제로 다루는 데 대해서도 “이미 유럽을 혼란에 빠뜨린 나토가 또 다시 아태와 세계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나토는 냉전의 유산이자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으로, 미국 패권을 지키고 유럽의 안전을 조종하는 도구”라며 “나토는 분명히 북대서양 군사 조직인데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위세를 떨치며 유럽에서의 ‘집단 대항’을 아태 지역에서 복제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한국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고 맞받았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유럽에서 본 것 같은 영토와 주권에 대한 같은 종류의 공격이 인도·태평양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이를 잘 안다. 그래서 한국이 그(나토) 회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중국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괄적 안보 네트워크 확대·심화를 위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인데 이를 반중·반러시아 기조로의 전환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진영 정상들이 모여 연대를 다지는 다자외교 무대에 동참하는 것을 두고 한국이 특정 국가에 반대하는 전선에 앞장선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1949년 결성된 나토의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2006년 나토와 비군사 분야 협력을 하는 ‘글로벌 파트너 국가’가 됐다. 지난 5월에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나토 사이버방위센터(CCDCOE)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국은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나토 주재 한국대표부를 개설할 계획이다. 일본, 호주 등은 이미 나토 주재 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은 24일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대중 봉쇄 전략을 위해 일본 등 태평양 국가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 등 미국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고 태평양 국가들은 중국과 관계 악화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이 매체에 “일본과 호주가 ‘중국 위협론’으로 대화를 이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주제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환영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