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쪽은 존 리 신임 홍콩행정장관./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같은 좋은 제도는 바꿀 이유가 없고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앙의 전면 관리권과 (홍콩의) 고도 자치권은 연계, 통일돼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 및 홍콩 특구 정부 출범식 행사 연설에서 “국제 금융위기, 코로나, 일련의 극렬한 사회 동요도 홍콩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며 “홍콩은 혼란에서 안정으로, 이제 다시 부흥으로 나가는 새로운 단계에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일국양제에 대해 “전례 없는 위대한 기획” “완전한 시스템”이라면서도 “일국양제의 근본 취지는 국가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홍콩의 장기 번영과 발전,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했다.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인 1일 홍콩 시민들이 중국 국기와 홍콩특별행정구역기를 단 헬기의 축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중국반환 25주년인 1일 중국 국기와 홍콩기를 매단 헬기들이 홍콩 빅토리아 항의 고층빌딩 위로 축하비행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5년 전 홍콩 반환 20주년 연설에서 시 주석은 홍콩의 자치 헌법 격인 홍콩기본법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애국자치항(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과 중앙 정부의 전면 관리권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홍콩의 발전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동서양의 혼합, 자본주의 제도를 언급했던 2017년 연설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본토, 일대일로(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등과 연계된 홍콩의 발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홍콩 정부에 대해 통치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가관을 확립하라고 주문했다. 또 “홍콩인의 가장 큰 기대는 더 넓은 집에 살고 더 많은 창업 기회를 얻고 아이들을 더 잘 교육시키기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에 민생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서 리자차오 신임 홍콩 행정장관은 시 주석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EPA 연합뉴스

기념식에 앞서 이날 오전 8시에는 홍콩 정부 전현직 행정장관 등 고위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중국 국기 게양 행사가 열렸다. 국기 게양을 담당하는 홍콩 경찰은 지난해 홍콩 반환 24주년 행사 때부터 중국군 제식 걸음걸이를 채용했고, 올해도 중국군식 걸음걸이로 국기 게양식장에 입장했다. 홍콩 경찰은 올해부터 일반 행사 때도 중국식 제식을 채택하고 있다.

7월 1일 중국 홍콩 중앙인민정부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옛 영국 식민지(홍콩) 중국 반환 25주년 국기 게양식./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7월 1일은 일국양제에 따라 (홍콩에) 약속된 50년간의 자치 기간의 중간 지점”이라며 “하지만 홍콩과 베이징 당국은 민주적 참여와 자유, 독립 언론을 이 합의(일국양제)의 내용으로 보지 않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또 202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지난 2년간 홍콩 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해체하고 자치권을 침식하는 토대가 됐다”며 “홍콩의 지도자들은 독립 언론사를 급습하고 민주적 제도를 약화시켰고 선거를 지연시키고 현직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충성 서약도 제도화했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홍콩인들의 권리와 자유, 홍콩의 계속되는 진보와 번영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일국양제의) 약속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해서 홍콩이 홍콩인에 의해, 홍콩인을 위해 통치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