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4일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 잇따라 접근해 일본이 반발했다. 일본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했고, 중국 외교부는 “정당하고 합법적 항해”라며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협력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센카쿠 열도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 호위함 1척이 4일 오전 7시 44분(현지 시각) 센카쿠 접속수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접속수역(육지 기점 22~44㎞)은 영해(육지 기점에서 22㎞)는 아니지만 통상 등에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이 설정하는 일종의 ‘안전지대’이다.
해경선이 아닌 중국군 군함이 센카쿠 접속수역에 진입한 것은 2016년 6월과 2018년 1·6월 이후 이번이 4번째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센카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을 높이고 심각한 우려 상황을 조성했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은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이 쿵쉬안유 주일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댜오위다오와 인근 도서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로 중국 군함이 부근 해역을 항해하는 활동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며 “일본 측은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러시아 호위함 1척도 이날 오전 7시 5분부터 1시간 11분간 센카쿠 접속수역에 머물렀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군함이 동시에 센카쿠 인근 해역에 진입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센카쿠 주변 상황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것처럼 항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함선은 태풍을 피하기 위해 접속수역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일본내에서는 최근 일본 주변 해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 군사 행동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각각 5척씩 총 10척의 군함을 동원해 일주일간 일본 열도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해상 무력을 과시했다. 양국 해군이 연합 함대를 구성해 해상 순찰을 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4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와 전투기 6대가 한일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했고, 양국이 대응 출격에 나서면서 한·중·일·러 4국 군용기가 동해 상에서 비행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