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내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가운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를 대표해 폭력적 행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미 외교부 등을 통해 일본 정부와 아베 전 총리의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전 총리는 나의 좋은 친구일 뿐 아니라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며 “오랜 기간 대만을 지지하고 대만·일본 관계 발전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조만간 우리의 좋은 친구가 회복됐다는 소식을 듣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행동에 나설 경우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다. 지난해에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아 중국 외교부가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대만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 오류를 범하고 중국 내정을 간섭했다”고 항의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는 돌발 사건에 주목했고, 놀라움을 느꼈다”며 “사건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아베 전 총리가 위기에서 벗어나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 또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상위 10위 인기 검색어 가운데 8개가 아베 전 총리 피격 관련 내용일 정도로 중국 네티즌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총격 장면을 보도한 중국 관영 CCTV방송 기사의 경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3300만여 명이 읽고 300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많은 찬성을 받은 댓글들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네티즌은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했던 사실 등을 거론하며 “그때 누울 자리를 찾았던 것”이라고 했고 “죽음으로써 죄를 갚았다”는 댓글도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제(7월 7일) 일어나지 않아 아쉽다” “7·8 사변으로 기념하자”고 했다. 7월 7일은 중일전쟁의 기점이 되는 1937년 노구교 사건이 발생한 날로 중국은 항일 운동의 기점이라는 의미에서 ‘전민족 항일전쟁 개전일’로 기념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비극적인 사건에 이런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의견은 소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