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을 조롱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일부 상점들이 아베의 죽음을 맞이해 ‘1+1′ 증정 및 할인 행사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지 클럽에서 댄스 파티가 열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아베 전 총리가 숨진 다음 날인 9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이 같은 내용의 영상 2건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아베의 사진이 크게 띄워진 전광판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옆에는 ‘好日子'라는 글자가 떴다. ‘길일’ ‘좋은 날’을 뜻하는 중국어 단어다.
또 다른 클럽은 전광판에 ‘普天同庆(세상 모든 사람이 함께 경축한다)’ ‘欢天喜地(대단히 즐겁다)’는 문구와 함께 아베의 영정 사진을 전광판에 띄웠다. 클럽 안에선 전자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해당 영상을 틱톡에 올린 작성자는 “이게 의미 있나. 3500만 동포의 원한은 이렇게 갚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는 1931년 만주사변 이후 1945년까지 일제의 침략에 의한 중국인 사상자 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트위터에서 조회수 150만회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우익의 상징이자 대중 강경파인 아베의 죽음에 급진 민족주의자들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베의 사망 전날은 ‘7‧7사변’ 85주년이어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7·7사변은 1937년 7월 7일 중국과 일본 군대가 베이징 노구교에서 충돌한 사건이다. 이후 일본군은 노구교 지역을 점령한 뒤 베이징과 톈진 등을 공격했고 중국도 항전에 돌입했다. 중국의 한 평론가는 “아베 피격이 전날(7일) 일어나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고도 했다.
현지에선 아베의 사망을 지나치게 조롱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전 편집장은 웨이보에 “(아베가 숨진) 이 시점에 정치적인 복잡함은 접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의 정치학자는 SCMP에 “아베 사망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중국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중 전직 해상자위대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