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앞 몰려간 시위대 - 1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인민은행 본부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3000여 명의 예금주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방은행 4곳에 예금한 이들은 석 달째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플래카드를 내걸고 당국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로이터 뉴스1

중국 허난성에서 지방은행 4곳이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 은행에 돈을 맡긴 전국의 예금자 수천명이 몰려와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20차 당대회를 불과 3~4개월 앞두고 중국 당국이 치안과 사회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방역 통제가 장기화되고 경제 역시 회복되지 못하면서 중국인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10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허난성 정저우시 인민은행 본부 앞에 전국에서 몰려온 예금자 30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허난성 지방은행 4곳이 예금을 지급하지 않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허난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반대한다” “자유·평등·공정” “리커창(총리)이 허난을 조사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당국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위저우신민셩 마을은행 등 허난성의 소형 농촌 은행 4곳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예금자 40만명에 대해 예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농촌 지역에서 영업하는 작은 은행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내세워 중국 전체에서 예금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대주주인 허난 신차이부 그룹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 금융 당국은 예금을 비롯한 이 회사의 금융 자산을 동결했다. 은행 실소유인 허난 출신 사업가 뤼(呂)모씨는 사이프러스 국적을 얻어 미국으로 도피했다.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1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인민은행 정저우 본부 앞에서 시위 중인 예금 피해자들을 끌어내고 있다. 사복 입은 공안 요원들로 보인다./로이터 뉴스1

돈을 찾지 못한 예금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예금자들은 석 달째 400억위안(약 7조8000억원)을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금주 항의와 요구가 계속되자 허난성 당국은 은행에 항의 방문하지 못하도록 1317명에 대해 ‘코로나 건강 코드’를 격리 대상을 뜻하는 ‘적색’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예금주들은 이날 집회에서도 “탄압 반대, 인권과 법치를 요구한다”고 외쳤지만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부상을 당했다.

지난 5월 베이징대와 베이징사범대, 정법대 등에서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대규모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관료주의 타도” 등을 외쳤다. 코로나 봉쇄로 두 달 넘게 운영이 중단됐던 상하이 의류 도매시장에서는 지난달 상인들이 거리로 나와 임대료 인하 시위를 벌였고, 베이징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허베이성 엔자오에서도 주민들이 “방역 조치로 엔자오에서 베이징으로 못 가게 해 실직자가 됐다”며 통행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