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놓고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밤(한국 시각) 전화 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이날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대중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통화는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하고 동시에 8월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펠로시 의장과 관련된 위기 상황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최근 10일간 최소 7차례 이상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지난 26일에는 중국 국방부까지 나서서 “중국군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7일 “만약 펠로시 의장이나 다른 누군가가 (대만을) 방문하기로 하고 군에 지원을 요청한다면 안전한 방문을 보장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지난 1996년 대만해협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미·중 정상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언급한 후에도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5시간 회동하고, 중국과 관련한 미국 정책·법안의 문제점과 양국 협력 방안을 열거한 리스트 4개를 전달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논란에도 애초 미국이 예고한 대로 양국 정상의 통화가 이뤄지면서 미·중 간 위기관리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작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5번째이지만 시 주석이 코로나가 확산한 지난 2020년 1월 이후 해외 순방을 중단하면서 직접 만나지 못했다.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미·중 정상 통화를 앞두고 미 7함대는 언론에 보낸 성명을 통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싱가포르 기항을 마치고 남중국해에 복귀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원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