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66) 주중 미국대사와 친강(56) 주미 중국대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재국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양국 협력을 막후에서 조정할 두 사람이 소셜미디어 외교전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번스 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어와 영어로 “중국 정부의 검열관들은 올여름 추가 근무하는 것 같다”며 “우리(주중 미국대사관) 웨이보, 위챗(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홍콩, 나토,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관련 연설, 성소수자 관련 글 14건 등이 차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법관 얼 워렌의 말을 인용해 “검열관의 칼은 표현의 자유, 그 심장을 깊숙히 찌른다”고 했다.
번스 대사는 전날인 17일에도 “기후변화와의 대결은 공통의 책임이다. 중국은 전세계 탄소 배출의 27%를 차지하고, 미국은 11%를 차지한다”며 “왜 중국은 기후변화 대화를 재개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중국 정부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 5일 양국 기후변화 협상을 중단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해당 글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금 지원 약속을 지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번스 대사는 19일에는 부임 후 처음으로 미 CNN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평화적인 대만 방문으로 미·중 관계에 위기가 닥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조성한 위기였고 과잉 반응”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지난 2일 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자신을 초치했던 상황까지 소개하며 “펠로시 의장과 그의 대만 방문 권리를 옹호했다”고 전했다. 번스 대사는 CNN방송 인터뷰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일 미국의 대중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을 단순히 도전으로 보고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만 미국 전역에서 퍼져 나가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간의 신뢰 수준이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대만 문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민주,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결성, 중국인들의 국가적 존엄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친 대사는 워싱턴 주중 대사관 주변의 ‘반중 시위대’에 대해 미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대사관 홈페이지는 물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올렸다.
지난 18일에는 소셜미디어에 ‘8·17 미중 공동성명’ 일부를 올리며 “역사를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역사나 법에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고 했다. 1982년 8월 17일 채택된 이 공동성명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대만에 무기를 팔지 않고, 판매하는 무기 양과 질이 미·중 수교 직후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며, 대만에 파는 무기를 점차 줄여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 대사는 “미국은 40년간 약속을 존중하지 않고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8·17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역사적에 뿌리를 둔 문제”라며 “문제의 최종 해결에 대해 양국 정부가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미국은 미중 8·17 공동성명을 논의하던 1982년 7월 대만 정부에 대해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종료 일정을 정하지 않으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앞서 중국 정부와 협상하지 않으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의 ‘6가지 보장’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