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 달간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300차례 침범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최근 보도했다. 작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11개월간 중국 군용기가 총 23차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셈이다. 70년 가까이 사실상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공중·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중국이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VO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횟수도 2020년 대만군이 중국군의 ADIZ 침범 통계를 일반에 공개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중국군 군용기는 대만 ADIZ를 모두 444회 침범했고 이는 월간 기준 최다였던 작년 10월(196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 8월 대만해협에서 중국 군용기 활동이 급증한 것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 직후 중국군이 대만 주변에서 일주일간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동부전구(戰區)의 육해공, 미사일 부대를 총동원해 대만 유사시 미국이 파견할 지원군의 접근을 저지하고 대만 주요 항구, 군사기지를 봉쇄하는 훈련을 벌였다. 중국 정부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커지자 대만해협 중간선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재단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VOA에 “중국은 해협 중간선을 지우고 있다. 군함과 군용기가 사실상 매일 (중간선) 위를 지나고 있다”며 “(대응 출격에 나서는) 대만 공군 비행사와 정비 부대의 능력을 소진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대만의 활동 공간을 축소하고 ADIZ, 배타적경제수역 등에 대한 대만의 주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군이 앞으로도 더 많은 훈련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국방안전연구원 두전이 부연구원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을 빌미로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훈련 연장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