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16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다고 중국 정부가 12일 발표했다. 지난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 순방을 중단했던 시 주석에게 2년 8개월 만의 첫 해외 방문이다. 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두 나라를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은 먼저 14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을 방문해 토카예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카자흐스탄 외교부는 앞서 지난 5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영원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정치·무역·경제·문화 및 인도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15~16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SCO는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과 테러 예방을 논의하기 위해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창설됐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에 이어 인도, 파키스탄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과도 별도 회동할 예정이다. 7개월째를 맞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제재 속에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온전한 회담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이라며 “정상 간 직접 대화는 논의의 질이 다르다”고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0일 전인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려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두 정상의 정상회담 직후 양국은 ‘협력에 한계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5300자 분량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연간 100억㎥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일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 권력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도 단기간에 안정을 이룩했다”고 푸틴의 리더십을 칭찬하며, 서방 제재에 맞선 중·러 협력을 강조했다. 리 위원장은 지난 8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과 면담에서도 “우크라이나와 관련, 우리는 러시아의 우려와 입장을 완전히 이해한다”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핵심은 미국의 도발에 대한 러시아의 의미 있는 반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지금까지 나온 중국 측 발언 가운데 가장 친(親)러시아적인 것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 위원장은 “그들(미국)에 대한 우리(중국과 러시아)의 투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도발을 멈추지 않겠지만,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