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등을 기념해 중국 국가박물관이 지난 7월 26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청동기 유물전에서 한국 역사 관련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하고 고려시대 동종 등 유물 수십 점을 중국 측에 제공했지만 정작 한국 역사가 ‘반쪽 표기’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일 “중국 측이 제공한 자료를 임의로 편집했다”며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전시는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중·한·일 고대 청동기전’이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전시 설명에서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3국 관계 발전의 기념비적인 해”라며 “중국 국가박물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3국 특색의 고대 청동기 문화를 전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창원 다호리 1호분에서 출토된 세형동검을 비롯해, 고려 동종, 향로 등의 유물을 제공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박물관 측은 전시장의 한국사 설명 부분에 고조선·신라·백제·가야·통일신라·고려·조선만 표시하고 고구려와 발해는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해당 연표 자료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표기했다.
중국은 현재 중국 동북 지역에 기반했던 고구려와 발해를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해왔다. 중국 중학교 1학년 ‘중국 역사’ 교과서는 “당 현종이 발해국 수령을 발해군왕에 봉했다”며 발해를 ‘동북 지역 소수 민족이 건립한 정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 당나라와 한반도 교류 역사 부분에서는 신라와의 교류만 다루고 있다. 중국 국가박물관이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것도 이런 자신들의 역사관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애초 중국 측에 제공했던 한국사 연표에서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 부분을 ‘임의로 편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에 사용되는 자료는 제공한 측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로 이번 중국측 태도는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중국 측에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행사 주최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입장을 내고 대응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전시를 공동 개최하고도 한 달이 넘도록 이를 파악하지 못한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대사관의 대처 역시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