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리쥔 전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이 주도한 ‘정치 파벌’에 가담한 푸정화 전 중국 사법부 부장(장관)이 22일 법원에서 사형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을 선고하되 2년간 반성 여부 및 태도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제도다. 다음 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항하던 공안 세력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 핵심인 쑨리쥔 전 부부장에 대한 선고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지린성 창춘시 중급인민법원은 22일 푸 전 부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뇌물 수수 등의 혐의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2005~2020년 베이징 공안국 부국장과 국장, 공안부 부부장, 사법부장 등을 거치며 총 1억1700만위안(약 232억원)의 뇌물과 부당이득을 얻고 자신의 동생이 연루된 범죄를 은폐한 혐의다.
전날인 21일에도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의 측근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허베이성 탕산, 바오딩, 랑팡 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궁다오안 전 상하이시 공안국장이 무기징역, 덩후이린 전 충칭시 공안국장과 류신윈 전 산시(山西)성 공안청장은 각각 징역 15, 14년을 선고받았다. 이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궁안다오 전 상하이시 공안국장은 1999년 후베이성 셴닝시 공안국장을 시작으로 총 7343만위안(약 145억원)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다. 덩후이린 전 충칭시 공안국장은 4267만위안(약 85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 류신윈 전 산시성 공안청장은 1333만위안(약 26억원)의 불법 이득을 챙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앞서 중국 사정 당국은 궁, 덩, 류 세 사람을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의 ‘정치 파벌 일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중국 관영 CCTV방송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무관용’에 따르면 쑨리쥔은 지방에 있던 이들을 공안 핵심 요직에 발탁하고, 이들은 쑨에게 뇌물, 직무상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묘사된다. 쑨리쥔은 궁안다오를 통신 도·감청 정보를 쥔 공안부 기술정찰국 국장, 덩후이린을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판공실 주임, 류신윈을 공안부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에 각각 추천·발탁했고 이후에도 성·대도시 공안 책임자로 승진하는 것을 지원했다.
쑨리쥔 전 부부장은 2018년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이라는 칭호를 달며 승승장구했지만 2020년 4월 낙마, 2021년 9월 당적·공직이 박탈돼 뇌물 수수, 불법 무기 소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시진핑 집권 2기 최대 부패 스캔들로 꼽힌다. 푸정화 전 사법부장 역시 쑨리쥔 스캔들에 관련된 혐의로 재판 중이다.
[해산물 상자에 3억 뇌물...“신호등 지켜본 적 없다”던 공안 실세의 몰락]
시 주석은 2012년 자신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저우융캉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공안·사법 총괄)가 저항하자 저우 전 서기를 비롯한 공안 분야에 대한 대대적 숙청을 감행했다. 집권 1기에 중국알루미늄 회장 출신인 궈성쿤을 공안부장에 임명한 것도 저우융캉 잔재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국무원(행정부)의 지휘를 받던 무장경찰을 군으로 편입시켜 자신이 주석을 맡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앞두고 자신이 푸젠성 근무 때부터 친분을 맺어온 왕샤오훙을 공안부장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