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베이징 니코 뉴센츄리 호텔에 마련된 내외신 기자센터에 16일 20차 당대회 개막식 참석자들이 사전 격리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중국 공산당(중공)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가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개막한다. 9600만여 당원 가운데 뽑힌 2296명의 대표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여 22일까지 7일간 회의를 열고 향후 5년간 중국의 노선과 지도부 구성을 승인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시 주석의 지위가 강조돼 장기집권의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중공은 15일 20차 당대회 예비회의를 열고 당대회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개막식에서는 시 주석이 업무 보고를 할 예정이다. 보고는 26개 주제에 대해 56개 기관이 작성한 80건의 조사 보고서와 인터넷을 통한 수렴한 854만건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됐다고 중국 당국이 밝혔다. 당 대표들은 이번 회의 기간 200명의 중앙위원과 130여 명의 중앙기율위원을 선출한다. 대회 준비를 총괄하는 당대회 실무를 담당하는 비서장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맡았다.

당대회를 앞둔 중국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은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5.5% 내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중국만 유지하고 있는 강력한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당대회 전날인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중국 경제, 코로나 방역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중국의 고속 성장은 끝났느냐’는 질문에 쑨예리(孫業禮) 중공 20차 당대회 대변인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경제가 연평균 6.6% 성장해 전 세계 평균 2.6%, 개발도상국 평균 3.7%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 2위 경제국으로 고품질 발전으로 전환하며 이 정도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고 했다. ‘강력한 코로나 방역으로 중국이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은 인구 대국이고, 노령인구가 많고, 의료 자원이 총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 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향후 개혁과 관련 쑨 대변인은 “특히 과학 기술 수준의 자립자강, 고표준의 시장 체제, 식량 확보, 에너지와 자원 안전, 경제사회의 친환경 전환 등에서 여러 층에서 충돌과 문제점이 있지만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당대회는 중공의 최대 정치 행사다. 중국 당국은 당대회를 앞두고 치안을 대폭 강화하지만 이번 당대회는 강력한 코로나 방역까지 겹치며 엄격한 통제 아래 진행되고 있다. 본지를 비롯해 시 주석이 연설하는 16일 개막식에 참여하는 내·외신기자들은 14일 저녁부터 베이징 지정 호텔에 모여 2박3일의 ‘폐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의 ‘방역 버블’처럼 지정된 호텔 밖을 나갈 수 없다. 당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에도 지정된 ‘방역 차량’으로 이동하게 된다.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온 중국 기자들은 그에 앞서 7일간 별도 사전 격리도 했다고 한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할 때 거치는 방역(총 10일)에 준하는 조치다. 기자실과 식당에는 자리마다 투명 아크릴 가림판이 설치됐다.

중국 당국은 ‘신(新)시대의 새길’이라며 이번 당대회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취재에 등록한 외신기자는 750여 명으로 5년 전 1800여 명의 40% 수준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베이징 주재 외신을 제외한 해외 취재진의 임시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격리 호텔에서 만난 ‘취재증’을 단 사람 가운데는 중국에서 연수를 받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언론인이 적지 않았다.

민감한 행사를 앞두고 정부 발표는 잠정 중단되고, 언론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중국 세관은 연간 계획에 따라 지난 14일 중국 9월 수출입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례적으로 발표를 미뤘다. 미국 CNN방송 등 베이징 호텔 등에서 볼 수 있는 외국 방송의 경우, 20차 당대회 관련 분석 기사, 지난 13일 베이징의 한 고가도로에 걸린 시 주석 연임 반대 플래카드 관련 뉴스가 나오자 ‘신호 이상’이라며 방송이 일시중단됐다.

15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내외신 프레스센터에 마련 베이징 니코 뉴센츄리호텔의 TV에서 미 CNN방송이 20차 당대회 관련 뉴스를 내보내자 방송이 중단되고 '신호 이상'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이번 당대회를 통해 중국의 권력은 시 주석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 직전까지 차기 지도자 후보가 등장하지 않으며 이미 10년을 집권한 시 주석은 향후 5년이 아니라 자신이 79세가 되는 2032년까지 10년을 추가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 등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최고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는 통상 당대회 폐막 다음날 열리는 중공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공개된다. 이날 새 상무위원단은 인민대회당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서열에 따라 입장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 첫선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