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개막식에는 현 지도부는 물론 전직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장쩌민(96) 전 국가주석과 주룽지(94) 전 총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둘 다 9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회의 참석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들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적잖게 퍼진 상황임을 감안할 때 두 사람과 시 주석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이날 측근의 부축을 받으며 개막식장에 들어섰다. 그는 무척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국가 제창 등이 끝나자 시 주석이 후 전 주석 쪽으로 몸을 돌려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36)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도 사건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시 주석이 연설하는 동안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꼽히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연단의 맨 앞줄에 앉은 중공 정치국원 가운데는 후춘화 부총리가 시 주석 연설 도중 5분간 자리를 비웠다. 중간중간 팔짱을 끼기도 했다. 정치국원 가운데 시 주석의 연설 도중 팔짱을 낀 사람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상무위원)와 후 부총리뿐이었다. 반면 시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서기는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이따금 연설문을 읽었다. 역시 상무위원 후보로 꼽히는 리시 광둥성 서기, 리창 상하이시 서기도 고개를 숙인 채 연설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는 펜으로 시 주석의 말을 받아 적었고, 리훙중 톈진시 당서기는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연설문을 읽었다. 개막식이 끝나자 시 주석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국회 격) 상무위원장에게만 웃으며 짧은 말을 건넨 후 퇴장했다.
본지를 비롯해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내외신 기자들은 14일 저녁부터 베이징 지정 호텔에 모여 2박 3일의 ‘폐쇄식 관리’를 받았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의 ‘방역 버블’처럼 지정된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온 중국 기자들은 그에 앞서 7일간 별도 사전 격리도 했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할 때 거치는 방역(총 10일)에 준하는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