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공산당(중공) 20차 당대회 개막 연설에 이어 17일에도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했다. 다당제, 삼권분립 등 서구 정치 체제를 비판해 온 시 주석이 자신의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중공의 전면적 영도’ 등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식 정치 모델, 중국화된 마르크스주의 등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20차 당대회 개막 연설을 분석한 기사에서 “마르크스가 시장(市場)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공 20차 당대회 광시좡족자치구 대표단과 가진 토론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땅에 뿌리내리고 중국의 실정에 부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시종일관 국가와 민족 발전을 스스로 역량 위에서 이뤄야 하며 중국 발전, 진보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손안에 거머쥐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류닝 당서기 등 광시좡족자치구 대표들과 토론에 참가해 “아주 기쁘다”고 했다. 광시좡족자치구는 시 주석에 대해 마오쩌둥 시절 쓰였던 ‘영수(領袖)’라는 표현을 먼저 사용한 지역 중 하나다. 시 주석은 “전당(全黨), 전국의 각 민족은 당의 깃발 아래 한 덩이 단단한 강철처럼 단결하고 마음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시 주석을 우상화하며 그의 권위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관영 CCTV 방송은 16일 열린 20차 당대회 개막식을 보도하면서 시 주석만 단독 화면에 잡고,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최고지도부)들은 2명을 한번에 묶어 화면에 담았다. 5년 전 19차 당대회 때는 시 주석은 물론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모습도 단독으로 방송에 내보냈었다. 호주국립대 쑹원디(宋文笛) 교수는 19차 당대회와 달라진 20차 당대회 보도에 대해 “다른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무게를 변화(감소)시킴으로써 시진핑의 우위(supremacy)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개혁 개방 시기 7~9명인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시진핑 2기 들어 권력이 대폭 강화됐다. 생방송되는 공개 행사에서 시 주석은 일어서서 박수를 받는 반면 다른 상무위원들은 이름만 호명된 것도 이때부터다. 22일 폐막하는 이번 당대회에서는 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시 주석의 지위와 시진핑 사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삽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