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중국 관영 CCTV방송은 이날 시진핑 주석의 중국 공산당(중공)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 연설과 개막식을 33분에 걸쳐 보도했다. 당대회가 5년마다 열리는 중공 최대 정치 행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5년 전 19차 당대회 보도와 달라진 점도 있었다.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회 당대회 개막식 연설장면이 항저우시 도심 전광판으로 생중계 되고 있다./AFP 연합뉴스

CCTV 방송은 이날 개막식 보도에서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단독으로 여러 차례 비췄다. 반면 시 주석과 함께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다른 인사들은 2명을 한번에 묶어 화면에 담았다.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와 4위인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한 화면에 잡혔고,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국회 격) 상무위원장, 5위인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한 화면에 나왔다.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 부총리는 옆자리에 앉은 전직 지도부와 한 화면에 잡혔다. 노쇠해 초라하기까지 한 모습의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만 단독 화면에 나왔다.

2022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보도 화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는 리커창(오른쪽) 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혔다./중국 CCTV방송

5년 전 19차 당대회 당시 CCTV 보도는 달랐다. 시 주석은 물론 개막식 맨 앞줄에 앉은 다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모습도 단독으로 화면에 잡혔다. 호주국립대 쑹원디(宋文笛) 교수는 19차 당대회와 달라진 20차 당대회 보도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른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무게를 변화(감소)시킴으로써 시진핑의 우위(supremacy)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보도 화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설을 듣는 리커창 총리의 모습이 단독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중국 CCTV방송

당 총서기는 개혁 개방 시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시진핑 2기 들어 권력이 시 주석에게 집중되면서 ‘당 총서기’라는 개념은 과거 ‘당 주석’과 같은 무게를 가지기 시작했다. 중공은 시진핑 1기 말기였던 2016년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시 주석에게 ‘핵심’ 호칭을 부여했고,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 헌법 격인 ‘당장’에 포함시켰다. 2020년에는 중앙위원회 업무 조례를 개정해 회의 소집뿐 아니라 의제 결정권, ‘의사 조정 기구’(영도소조·領導小組)의 연구 결정 등도 총서기의 지시를 받도록 했다. 모든 결정이 시 주석에 집중된 것이다.

이후 당·국가 행사 등에서 주석과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급 나누기’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열린 코로나 방역 훈장 수여식 때 시 주석 다음 호명된 리커창 총리가 옷매를 가다듬고 일어서 인사를 하려 했지만 사회자가 빠르게 다음 상무위원들을 소개해 리 총리가 엉거주춤 앉는 장면이 생방송 되기도 했다. 그해 열린 중국군 6·25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도 시 주석이 소개돼 박수를 받은 후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이름만 빠르게 호명될 뿐 생방송 화면에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16일 시 주석이 형식상 당의 ‘주인’ 격인 당대표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보고 문건의 전문(全文)을 읽지 않고 요약문을 읽은 것도 시 주석의 막강한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애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와 19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보고 문건 전문은 72쪽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연설하면서 숫자나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인민대회당 회의장에서는 보고 전문이 배포됐고 17일 인민일보 등에서는 원문에 있던 내용이 게재됐다. 당대회 전날 열린 예비회의, 주석단 회의 등에서 사전에 요약본을 읽기로 양해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당의 회의를 통과한 문건을 줄여서 읽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그의 권위와 기존 규칙에 개의치 않는 결정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20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 자리에 앉길 권하고 있다./베이징=박수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