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이 당국의 ‘정보원’을 자처하며 교수의 강의 내용을 감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고 구타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중국의 극좌사회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충칭 시난대학교에서 그리스·로마사를 가르치는 쉬숭옌(59) 교수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어제 학부생 강의가 끝나고 자신을 ‘정보원’이라고 밝힌 학생이 허락도 없이 강의를 듣고선 (상부에) 보고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다”는 글을 올렸다. 학생이 쉬 교수의 강의 내용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학교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쉬 교수의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중국 인터넷에 해당 발언이 알려지며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소위 정보원이라는 이들은 스승을 존중하지 않느냐” “문혁의 고발 풍조가 다시 돌아온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중국 대학들은 전부터 일부 학생들을 ‘정보원’으로 지정해 교수의 강의, 학내 동향 등을 학교 측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 역사, 문학, 철학 등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의 발언이 집중 감시 대상이라고 한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 중난재경정법대 디제훙 교수가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격) 제도 등을 비판했다가 ‘학생 정보원’에 제보돼 교수직을 잃기도 했다.
중국 교육 당국은 지난 2020년 무렵부터 전 대학에 ‘모든 교과 과정을 사상·정치와 연결 짓는다’는 의미의 커청쓰정(課程思政)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적 사고, 연구 윤리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대학에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사상을 교육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상하이이공대는 올해 ‘시진핑 법치 사상 개론’이라는 과목을 개설하면서 “대표적인 커청쓰정 강의”라고 했다. 한 중국 대학 교수는 “강의 교재나 시험 예문을 만들 때도 사상 부분이 강조되면서 가급적 외국 지문을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안전한 시 주석의 연설이나 당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가 확립되면서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푸젠성 샤먼대는 25일 ‘중국식 현대화 연구원’ 현판식을 개최했다. 지난 16일 시 주석이 20차 당대회에 보고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한 지 9일, 당대회가 폐막한 지 3일 만이다. 대학 측은 “중국식 현대화의 이론과 실천 문제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중국식 현대화의 의미와 가치를 세계에 전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