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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월 21일 ‘더 밀접해진 옛 동맹, 미·유럽 무역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이 유럽에서 수입한 상품 총액이 중국 수입액보다 더 많았다는 내용이더군요. 유럽의 대미 수출이 중국을 넘어섰다는 겁니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 자리를 지켜왔죠.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 중국의 체제 경쟁으로 인해 이런 세계 경제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으로 WSJ는 분석했습니다. WSJ는 “스위스 시계와 독일제 기계, 이탈리아산 명품을 비롯해 자본과 상품이 전례 없는 속도로 대서양을 건너오고 있다”고 했어요.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급증을 다룬 11월2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월스트리트저널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지각 변동’

미국 인구조사국 국제무역통계를 보니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들어오는 상품 수입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중국을 제쳤습니다. 9월까지 유럽 지역 수입은 4491억 달러로 4180억 달러를 기록한 중국보다 311억 달러가 더 많았어요.

미국의 대유럽 수출도 대중 수출보다 많아서 이른바 ‘대서양 무역’이라는 미·유럽 간 무역 총액도 미·중 무역총액을 크게 앞섭니다.

자료=미국 인구조사국 국제무역통계


유럽 제조업 대국인 독일은 올 9월 대미 수출이 128억 달러로 작년 9월보다 15.6%가 증가했어요. 미국의 대독일 수출도 10.5%가 늘었습니다.

독일은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미국을 수출시장으로 잘 활용했고, 미국 역시 러시아를 대신해 유럽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수출하는 등 서로 궁합이 잘 맞는 모습이에요. 독일은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도 구매할 예정입니다.


◇유럽 기업, 대미 직접투자도 급증

옛 동맹이 가까워진 가장 큰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이에요.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 과도한 중국 의존에 대한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경제 협력이 강화된 겁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자국 기업들의 ‘본국 회귀(Reshoring)’ 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죠. 기업들도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빼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징벌적 관세, 중국 내 인건비 급상승, 과도한 방역에 따른 공장 봉쇄 위험 등을 피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거죠.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의 한 쇼핑가를 방문한 미국 관광객들. 유로화 약세 속에 유럽을 찾는 미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Inside Edition 캡처

이 과정에서 미국, 멕시코 등에 대한 유럽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가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2분기 미국으로 들어온 FDI는 740억 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460억 달러)보다 60% 이상이 많았어요.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가 괜찮고 상품 수입도 크게 늘었습니다. 강 달러 흐름 속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들도 급증한다고 해요. 중국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유럽 기업으로서는 미국이 ‘기회의 땅’이 된 셈입니다.

올 들어 9월까지 독일 기계 분야 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20%가 늘었다고 해요. 반면 대중 수출은 3%가 줄었다고 합니다. 구찌, 입생로랑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그룹은 미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서유럽 지역 3분기 매출이 74%나 증가했다고 해요.

◇미국, 인도 최대 무역상대국 부상

세계 무역 구도의 재편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인도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입니다. 올 3월로 끝난 2021-2022 회계연도 미국과 인도의 무역 총액은 1194억2000만 달러로 중·인 무역총액(1154억2000만 달러)을 넘어섰어요. 인도는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죠.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인도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는 지난 6월 인도 언론 보도. /The Economic Times

반면, 중국은 10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0.3% 감소하는 등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양상입니다. 코로나 19에 대한 과도한 방역으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마저 흔들리는 설상가상의 형국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가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당장 탈중국이 현실화되지 않겠죠. 하지만 탈중국을 향한 큰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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