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이 앉아 있다. 중국의 고강도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베이징의 스타벅스 매장들은 주로 배달이나 포장 판매를 해왔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중국인들이 하루 아침에 ‘위드 코로나’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청두, 톈진, 항저우, 선전, 다롄 등 중국 수십 곳의 도시는 이달 들어 자체적으로 시민들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최소화하거나 면제하는 조치를 내리고, 봉쇄 지역을 대부분 해제했다. 7일에는 중국 국무원이 ‘10가지 방역 추가 최적화 조치에 대한 통지’를 발표하며 추가적인 방역 완화에 나섰다.

7일 베이징 시얼치(西二旗)의 한 인터넷 대기업 본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리가 가득 찼다. 전날 밤 회사 측에서 ‘전원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할 것을 권고한다’고 공지하자 비대면 근무하던 직원들이 회사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직원 장모(28)씨는 “원래 수용 인원의 50% 미만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민영 기업에서는 이날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한 직원이 병원에 가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사의 임원은 “코로나는 독감 같은 것이니 다 같이 걸리고 털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역 조치를 강도 높게 시행했던 베이징 궈마오(國貿)의 한 금융 회사는 이날 처음으로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했다.

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사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달 19일부터 식당 내 식사를 금지했다가 이날 이 같은 조치를 해제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베이징의 식당가와 쇼핑몰은 손님들로 붐볐다. 6일 저녁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음식점은 ‘중요 통지, 우리 드디어 테이블 손님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만들어 건물 앞에 붙였다. 이곳을 방문한 한 베이징 직장인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외식하러 온 것”이라며 “상하이 봉쇄 기간이었던 4~5월만 해도 마트에 가서 1만 위안(약 190만원)어치 식료품을 사올 정도로 봉쇄 공포가 심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베이징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들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번화가 쇼핑몰 내에 주로 입점한 이들 매장은 올해 고강도 방역 조치로 인해 대부분 배달, 포장 판매를 했다.

중국 베이징 궈마오의 한 쇼핑몰에서 지난 4일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전날 베이징의 쇼핑몰 19곳이 영업을 재개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방역 물품과 약품 사재기 붐도 일어났다. 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 광저우 등에서는 약국에서 해열제 등 감기약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 자가 검진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속항원 검사 키트 구입도 어려워졌다.

6일 저녁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식당 문 앞에 ‘중요 통지, 우리 드디어 테이블 손님 받아요’라는 문구가 적힌 공지문이 붙어 있다./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베이징시 시장관리감독국은 “시장 주체들은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쌀, 기름, 고기, 계란, 야채, 우유 등 주요 생필품과 마스크, 소독제, 살균제 등 방역물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